스마트폰에 쓰는 2차전지…노화 늦출 방법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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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연구팀성장을 끝낸 인체는 하루하루 늙어간다. 가만히 있어도 매 순간 노화가 진행된다. 좋지 않은 물리적 환경, 스트레스, 약물 등에 많이 노출되면 노화 현상은 가속화한다. 체력이 떨어지고 아픈 곳이 생기면서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휴대폰 배터리 노화도 사람과 닮았다. 휴대폰을 오래 쓰다 보면 배터리가 점점 빨리 닳고 열이 많이 난다. 휴대폰에 쓰이는 리튬이온 2차전지에선 양극과 음극 사이를 리튬이온이 끊임없이 오간다.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넘어가면 충전, 반대면 방전이다. 보통 양극은 알루미늄, 음극은 구리로 이뤄지고 양극활물질(양극재)은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음극활물질(음극재)은 흑연을 쓴다.2차전지 노화는 두 가지로 나뉜다. 충·방전을 계속하다 수명이 감소하는 사이클 노화, 충·방전과 무관하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히 수명이 감소하는 저장 노화다. 2차전지 노화는 대부분 전해질과 흑연 음극재 사이 예상치 못한 반응(부반응) 때문에 생긴다. 부반응은 음극재에서 리튬 이온이 빨리 떨어지는 것(방전)을 말한다.
실리콘-흑연 혼합 음극재
고열서 흑연 단독보다
방전 빨라지는 것 확인
2차전지 노화현상 원인 규명
고용량 배터리 상용화에 기여
이 때문에 흑연을 대체할 수 있는 음극재로 실리콘이 부상했다.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밀도가 흑연보다 더 높아서다. 양쪽을 함께 쓰는 실리콘-흑연 혼합 음극재도 있다.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연구팀은 고온에 노출됐을 때 실리콘-흑연 혼합 음극재에서 나타나는 노화 현상의 원인을 새로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연구팀은 광학현미경과 포항에 있는 3세대(원형)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연구했다. 실리콘-흑연 혼합 음극재는 40~50도 온도에서 음극 내 부반응이 흑연 단독으로 썼을 때보다 더 빠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교신저자로 참여한 유승호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실리콘과 흑연이 함께 있을 때 두 소재의 에너지 준위 차 때문에 전자가 흑연에서 실리콘으로 이동했고, 이에 따른 부반응으로 음극재에서 리튬 분리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자 사업과 LG에너지솔루션의 지원을 받은 이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홍승범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실리콘-흑연 혼합 음극재 수명을 저하시키는 전자 전달 시스템 퇴화를 나노미터(㎚) 단위에서 영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실리콘 음극재는 충전과 방전 사이 부피 변화율이 400%로 높다”며 “이런 급격한 부피 변화는 전극 내 전자 전달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도전재 연구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