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긴 싫지만 술은 땡긴다"…4년새 3배 커진 '무알코올 맥주'

"건강 챙기며 즐기자" 새 트렌드

롯데, 맥주와 발효과정 똑같은
'알코올 1% 미만' 제품 연내 출시
다른 업체도 제품 다양화 나서

올 '무알코올 맥주' 120만L 늘 듯
"수년 내 전체 시장의 1% 차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알코올 빠진 맥주가 주류시장에서 저변을 넓히고 있다. ‘분위기는 내고 싶지만 취하고 싶지는 않은’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무알코올 맥주 제품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롯데칠성음료는 2017년 출시한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에 이은 두 번째 알코올 없는 맥주를 상반기 중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급성장하는 시장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상반기를 목표로 신규 논알코올 맥주 출시를 준비 중이다. 신제품은 맥주와 동일한 발효 과정을 거치되, 마지막에 알코올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만들 예정이다.탄산음료에 맥주의 맛과 향을 입힌 기존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와는 다른 방식이다. 맥주와 비슷한 맛을 내지만, 알코올 도수는 제로에 가깝다.

주세법상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이면 주류가 아니라 음료로 분류한다. 알코올이 전혀 없으면 ‘무알코올’, 알코올이 들어있지만 1% 미만이면 ‘논알코올’로 정의한다.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가 무알코올이라면, 신제품은 논알코올 음료다.
주류 업체들이 무알코올 라인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국내 무알코올(논알코올 포함) 맥주 시장 규모는 판매량 기준 총 1510만L였다. 4년 전인 2017년(520만L)의 3배에 가깝다. 전체 맥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0.3%에서 0.7%로 뛰었다.데이터를 집계 중인 지난해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1650만L(0.8%)로 추산된다. 유로모니터는 이 시장 규모가 올해는 1770만L(0.8%), 2025년에는 1970만L(0.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양해지는 입맛

국내에서 무알코올 맥주를 처음 출시한 회사는 하이트진로음료다. 2012년 탄산음료에 맥주 향과 맛을 첨가한 무알코올 맥주 ‘하이트제로’를 내놨다. 이후 2017년 롯데칠성음료가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를 출시해 시장을 양분했다.

뒤이어 시장에 뛰어든 오비맥주는 논알코올 맥주 ‘카스0.0’을 들고나왔다. 카스0.0은 맥주에서 알코올을 걸러낸 제품이라 도수가 0.05% 미만이다. 오비맥주는 수입 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 ‘호가든’에서도 ‘버드와이저 제로’, ‘호가든 제로’, ‘호가든 프룻브루’ 등 논알코올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였다.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급성장했다. 코로나 창궐 후 건강을 챙기는 문화가 확산한 데 더해 ‘홈술’과 ‘혼술’ 트렌드가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술은 즐기고 싶지만 취하고 싶지는 않은 소비자들이 무알코올 맥주를 선택했다. 무알코올 맥주는 일반 맥주 등과 달리 온라인으로도 구입할 수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보다 주류 시장의 흐름이 빠른 일본에서도 무알코올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중이다. 일본의 주류 제조업체 산토리가 지난해 발표한 ‘산토리 무알코올 음료 리포트’에 따르면 일본 무알코올 음료 시장은 2015년 이후 8년 연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무알코올 음료 시장 규모는 4171만 케이스(330mL×24병)로 추정된다. 이는 2021년의 104% 수준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