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운용 무게중심, 물가관리에서 경기회복으로 옮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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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에 따른 과잉긴축 경계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연 3.50%로 0.25%포인트 올리며 사상 첫 7회 연속 인상을 단행한 것은 물가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은 국내외 에너지 가격과 소비자물가 하향으로 정점을 찍었다는 관측도 많다. 지금부터는 단기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하강에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소비와 투자를 진작하는 쪽으로 거시경제 운용 방향을 틀어야 할 것으로 본다.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점검·차단하는 당국의 노력도 필요하다.
내수 활성화와 투자 촉진 시급
그제 나온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5%에 그치며 14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전월 대비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6월 40년 만에 최고치인 9.1%로 오른 이후 6개월 연속 하락하며 확연히 정점을 지나고 있다.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7월 정점(6.3%)을 찍은 뒤 11월과 12월 5.0%로 떨어지는 등 둔화하는 추세다. 미국 물가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자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한 ‘킹달러’도 한풀 꺾여 원·달러 환율이 뚜렷한 안정세다.하지만 우리 경제 전반에는 침체 신호가 완연하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마이너스 성장 전망까지 나오는 판이다. 위기 때마다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은 물론 생산·투자·고용까지 일제히 악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신냉전, 중국의 방역 상황 등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도 크다. 기획재정부도 어제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감소 및 경제 심리 부진이 이어지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경기 침체 경고 수위를 높였다. 금리 인상이 초래한 가계부채 이자 부담과 부동산시장 침체도 올 한 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수출 부진도 좀처럼 타개되지 않고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당초 3.0%에서 1.7%로 떨어뜨렸다. 해외시장 수요 증가세가 지난해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기 전까지는 내수가 성장률을 뒷받침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0.3%)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내수가 1.7%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확대된 반면 수출은 마이너스(1.8%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내수 기여도가 커지는 추세다. 내수의 근간은 소비와 투자다. 소비는 실질소득 감소로 막아야 한다. 실질소득을 줄이는 주요인은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이다. 물가 상승이 정점을 지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만큼 기대인플레이션을 차단하는 일이 시급하다. 높은 임금이 물가를 자극하고, 고물가가 다시 임금을 올리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
통화정책의 무게중심도 물가 관리에서 경기 회복으로 옮길 때다. 한은은 금리 인상이 실질소득을 줄이고 소비절벽을 몰고 오는 과잉긴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긴축의 충격은 취약계층부터 때리기 마련이다. 고금리로 앉아서 사상 최대 이익을 내는 은행들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가산금리 조정 등을 통해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
기업투자 활력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올해 제조업 설비투자는 지난해보다 8.6% 급감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분위기에선 조기 회복을 꾀하기 어렵다. 금융·세제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산업 현장에서 나타나는 투자 걸림돌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규제완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유통 의료 관광 등 서비스산업을 키우고, 민간에 활력을 불어넣어 투자를 살려야 한다.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대비해 재정 여력도 확보해야 한다. 올해 예산안 합의 3주 만에 30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을 거론하는 야당의 행태는 부적절하다. 현 상황에서 재정지출 확대는 물가, 금리의 하향 안정세만 방해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