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폐현수막을 장바구니 만들어 기부…마산합포 할머니봉사회

평균 연령 70대 회원 10명이 폐현수막 수거, 하루에 많게는 50개 제작
94살 서두연 회장 "내 인생이 끝날 때까지 나눠주는 삶 살고 싶어"
"버려지는 폐현수막을 장바구니로 만들어 이웃에 나눠주고, 이웃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그 재미가 쏠쏠합니다.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활동하는 '마산합포 할머니봉사회'는 1995년에 만들어져 30년 가까이 이웃 봉사 활동을 펼쳐왔다.

봉사활동 중 하나가 폐현수막을 수거해 장바구니로 만드는 일이다.

봉사회 막내인 김종은(61) 총무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온 서두연 회장을 중심으로 시간 날 때마다 폐현수막을 장바구니로 만든다"고 전했다. 김 총무는 주로 폐현수막 수거를 맡는다.

지역을 돌아다니며 비교적 오염이 덜된 폐현수막을 수거해오면 서 회장 등 회원들이 재봉틀로 쓰임새 있는 장바구니로 탈바꿈시킨다.

평균 연령이 70대인 할머니봉사회는 활동 초창기 50여명에 이르렀지만, 건강 등 이런저런 이유로 현재 10명이 활동하면서 하루에 많게는 장바구니 50개를 만든다. 장바구니는 이웃과 각종 시설 등에 나눠준다.
이러한 봉사활동은 소각 또는 매립 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과 아황산가스, 미세 플라스틱 등 유해물질이 배출돼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폐현수막을 재사용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 소각되면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폐현수막의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이는 '업사이클링'에 동참하는 셈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마산합포구 문화동 탄소중립만들기 추진위원회와 할머니봉사회 등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탄소중립 활동'으로 350개의 장바구니를 제작해 지역민에게 나눠주는 탄소중립 실천캠페인도 벌였다.

김 총무는 "간판 제작하는 업체를 통해 자투리 천을 받기도 하고, 사용시한이 지난 채 걸려있는 현수막을 얻어 오기도 한다"며 "예전에는 외부 현수막을 세탁해 사용했는데 너무 힘들어 지금은 실내 현수막만 받아온다"고 전했다.

수거책인 김 총무가 공급한 폐현수막은 할머니들의 손에서 장바구니로 새롭게 탄생한다.

오랜 세월 재봉일을 한 서두연(94) 회장을 주축으로 해 장바구니 이외에도 다른 재료를 추가해 이불이나 청바지, 가방 등으로도 만든다.

해마다 장바구니와 가방 등 4천여점을 만들어 이웃에 나눠준다.

서 회장은 "처음에 농촌지도소에서 재봉 일을 배워 옷과 이불 등을 만들어 이웃에게 주는 일이 너무 기쁘고 재미있었다"며 "폐현수막을 주로 안감으로 활용한 가방이나 장바구니 만드는 일도 그렇게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현수막을 빼면 나머지 재료는 사비로 충당한다"며 "헌 집이지만 거기서 나오는 월세와 아들, 딸이 준 생활비를 쪼개 재료비를 마련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웃사랑을 수십 년간 실천한 서 회장은 국민훈장 석류장과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각종 자원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서 회장은 "지금도 돋보기나 안경을 쓰지 않고도 바늘에 실을 꿸 정도로 건강하다"며 "내 인생이 끝날 때까지 나눠주는 삶을 살고 싶고, 나누는 삶이 내겐 보약이다"고 말해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