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식형펀드 수익률 15%…해외주식형 평균의 4배 넘어

3개월간 유로스톡스50지수 20%↑…"통화긴축 증시 반영 유의해야"
최근 유럽 증시가 경기 침체 우려에도 강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유럽 지역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1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설정액이 10억원 이상인 해외 주식형 펀드의 최근 3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3.2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유럽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평균수익률은 14.71%로 집계돼 전체 평균보다 4배 이상 높았다.

국가별로 보면 유럽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중국(12.26%), 베트남(3.40%)보다 높았으며, 지역별로 봐도 친디아(중국과 인도·13.32%), 브릭스(BRICS·11.80%), 아시아태평양(2.43%), 중남미(1.31%)보다 높았다. 북미(-0.37%), 일본(-1.21%), 인도(-7.61%), 러시아(-7.02%), 브라질(-9.14%), 중화권(-10.47%) 등에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도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50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TIGER 유로스탁스레버리지(합성H)'는 같은 기간 수익률 50.34%를 기록했고, 레버리지 종목이 아닌 'KBSTAR 유로스탁스50(H)'(24.97%), 'TIGER 유로스탁스(합성H)'(24.15%) 등 ETF도 20%가 넘는 수익률을 달성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전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지고 있지만 유럽 증시는 최근 들어 예외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로스톡스50지수는 지난해 10월 초 대비 19.48% 올랐으며, 독일 DAX지수(19.07%), 프랑스 CAC지수(17.50%), 영국 FTSE100지수(11.92%) 등 주요국 지수도 10∼20% 상승했다.

유럽 증시 활황의 배경으로는 우선 겨울철 이상 고온 현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야기한 에너지 부족 우려가 해소됐다는 점이 꼽힌다.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관을 차단하면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해 8월 정점을 찍었다가 점차 하락하기 시작해 현재는 전쟁 이전 수준을 밑돌고 있다. 금리 인상에 민감한 성장주보다 소비재와 금융주 등 가치주 비중이 높은 유럽 주식시장 특징도 영향을 끼쳤다.

미국은 초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금리 인상의 충격으로 시가총액이 대거 증발해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유럽 증시는 금리의 영향을 덜 받은 것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구성 섹터 중 IT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섹터 비중은 각각 24.5%, 13.4%에 이르지만, 유로스톡스50·DAX 등 유럽증시 주요 지수에서는 각각 6.1∼14.7%, 2.3∼5.6%에 불과했다.

아울러 유로화 약세로 유럽 주식들의 매력이 올라갔고, 소비재 기업들은 중국 리오프닝의 혜택을 받기도 했다.

유럽 증시 시총 1위 종목인 명품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연초부터 10% 넘게 올랐다.

국내 투자자들의 유럽 주식 투자도 증가 추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국내 투자자들의 유럽 주식 순매수 결제액(매수 결제금액에서 매도 결제금액을 뺀 값)은 9천484만달러로, 연간 순매수 결제액(2억583만달러)의 46%를 차지했다.

1년 동안의 유럽 주식 순매수액의 약 절반이 마지막 4분기 동안에 집중된 것이다. 다만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 긴축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것을 고려할 때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이 아직 증시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상당 기간 고금리가 지속될 것을 감안하면 경기 저점 통과 전까지는 배당수익률이 높은 업종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