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M엔터, 전면 대수술…글로벌 스탠다드 구조 갖춘다

이사회 內 사외이사 비중 과반 늘려…사외이사추천위원회 도입
대표·의장 겸직 금지 조치…시장 예상 뛰어 넘는 혁신안 내놔
글로벌 시장에서 재조명 받을 계기 마련하나
미국 LA에 위치한 'SM엔터테인먼트 스퀘어' 풍경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국내 1세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대대적인 경영 구조 및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단행한다. 이사회의 과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한편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사추위)'를 통해 사외이사를 선발하는 등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회사의 각종 계약에 대한 철저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해 의사 결정을 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15일 엔터테인먼트 및 자본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는 기존 1명에 불과했던 사외이사를 총 4명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완료하면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다. 사외이사가 전체 이사회 과반 이상으로 이사회의 독립성이 확보될 것으로 관측된다.SM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자문기관들과 법무법인 등을 선임해 글로벌 수준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물밑 작업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자문기관 등이 제시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겸임 금지 방안까지 수용하는 등 시장에서 예상한 것보다 한발짝 더 나간 강도 높은 개선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기업에서도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겸직을 금지한 회사는 삼성전자와 SK 등에 불과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각 분야별 전문가를 영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해외 문화·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전문가 영입도 검토 중이다. 글로벌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여성 사외 이사 선임 등도 고려하고 있다.

사외이사 선임 과정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추위를 조직키로 내정했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각종 이사회내 위원회를 구성하여 과반의 사외이사로 운영하도록 하고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22년 9월말 기준 자산 총액이 1조4000억원 정도로 이사회에 사추위를 두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기배구조 수립을 위해서 사추위의 3분의 2 이상을 외부 인사로 구성하겠다는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외에도 글로벌 경영의 트렌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에 대응하기 위해 ESG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전문성 높은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키로 했다. 사외이사의 실질적인 경영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외부 자문기관의 도움을 받고, 그 비용 역시 회사가 지원키로 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변화라는 평가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의 고질적인 불공정 계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주총을 앞두고 내놓을 방침이다. 회사의 계약 관련 문제를 철저히 전문적으로 공정하게 검토하고 승인하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해 위원회 차원에서 계약의 법률적, 상업적 타당성을 결정하기로 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거래위원회는 사외이사가 과반 이상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SM엔터테인먼트가 이사회 전면 개편안을 내놓은 것은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영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라는 주주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케이팝, 케이드라마 등 국내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는 것과 달리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경영 및 지배구조가 후진적이라는 비판 역시 수용한 조치다. 해외 진출 등에도 이 같은 지배구조 개선이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기관 투자자인 KB자산운용을 비롯해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 등이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등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다. 급기야 최근에는 이사회 확대와 사추위 도입 등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 나서겠다는 통보를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SM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 개선이 국내 다른 상장 엔터테인먼트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대다수의 상장 엔터테인먼트는 이사회 구성에서 사내 이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에 따라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인 디즈니의 이사회 11명 중 사외이사 10명인 것과 소니가 이사회 10명 중 7명을 사외이사로 구성된 것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

SM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한 기관 투자자들은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라는 반응이다. 한 기관관계자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많은 요청이 있었으나 과거에는 검토만 하고 실행되지 못했다"며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확대 등을 통해 전문성 투명성을 높이는 지배구조를 수립한다면 시장의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