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한 심리전 '교섭' vs 밀실 추리물 '유령'…설 영화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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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9
탈레반 납치 사건 다룬 '교섭'
외교부·국정원의 교섭 과정 다뤄
마지막 장면 긴장감 압도적
비슷한 작품 소재 연상되기도
항일조직 스파이 찾는 '유령'
서로 의심하며 추리하는 이야기
통쾌한 액션 등 볼거리 많아
초반부 탐색과정은 길고 느슨
‘교섭’은 ‘리틀 포레스트’를 만든 임순례 감독이 연출했다. 전작과 전혀 다른 장르인 테러를 소재로 삼았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배우 황정민·현빈이 나온다. 제작비는 14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23명의 한국인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외교부 실장 재호(황정민 분)와 중동에서 활동하는 국가정보원 요원 대식(현빈 분)은 사건 해결을 위해 함께 탈레반과의 교섭에 나선다. 한국인의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는 피랍 사건이어서 금세 몰입하게 된다.
요르단 현지에서 촬영한 덕분에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난다. 몇몇 장면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도 좋은 성적을 낸 ‘모가디슈’(2021)를 연상케 한다. 상대방과 밀고 당기는 교섭의 세계를 흥미롭고 긴장감 있게 그렸다. 압권은 결말 부분에 나오는 마지막 교섭 장면이다. 반전을 거듭하며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투 톱’의 비중과 균형이 어긋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비슷한 장르의 작품과 캐릭터가 워낙 많다 보니 어디선가 본 장면, 들어본 대사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작품의 진가는 추리가 끝난 다음부터 드러난다. 밀실 추리물의 틀에서 벗어나 이야기가 커진다. 캐릭터들은 화려하고 통쾌한 액션을 펼쳐 보인다.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미스터리 스릴러로 호평받은 ‘경성학교’를 연출한 이 감독답게 이하늬·박소담·이솜 등이 맡은 여성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꼼꼼하게 담았다. 일본인 아버지와 조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쥰지(설경구 분) 캐릭터의 반전도 돋보인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