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UAE는 전략적 동반자"…무함마드 "약속 지킨 韓에 투자 결심"

UAE 국부펀드, 한국에 40조 쏜다

韓-UAE 정상회담

원전·수소·방산기업 등 투자
무함마드 "韓은 제2의 고향"
< UAE 의장대 사열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왼쪽부터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UAE 대통령,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윤 대통령. 아부다비=김범준 기자
아랍에미리트(UAE)가 운용하는 국부펀드들이 한국의 에너지·원전·수소·태양광·방산 관련 기업에 300억달러(약 40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하는 국부펀드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경우 금융과 증권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UAE 대통령은 15일 UAE의 수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회담 도중 윤 대통령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300억달러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원자력, 에너지, 투자, 방산 등 4대 핵심 분야는 물론 신산업, 보건·의료, 문화·인적 교류 등에서도 전략적인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올해 중 편리한 시간에 한국을 방문해달라”고 초청했고, 무함마드 대통령은 “한국은 이미 마음속 ‘제2의 고향’이다.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호응했다.당초 양국 실무진은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와의 협력 방안을 주로 협의했지만, 무함마드 대통령이 이날 다른 국부펀드들의 한국 투자까지 결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주로 선진국 주요 자산에 장기 투자하는 아부다비투자청과 두바이투자청 등 다른 국부펀드들도 한국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세 국부펀드가 세계에서 운용하는 자산만 1조3730억달러에 달한다.

무함마드 대통령이 투자를 약속한 300억달러는 UAE가 다른 나라와 맺은 투자협약 규모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UAE는 영국과 122억달러, 중국과는 50억달러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브리핑에서 “정상 간 합의로 신기술과 신성장 분야에 대한 중장기 투자가 기대된다”며 “국내 유망기업 경쟁력 강화와 자본시장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양국은 이와 별도로 13개 양해각서(MOU)도 맺었다. 산업은행과 무바달라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의 유망 성장기업에 공동으로 투자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를 찾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아부다비=김범준 기자

脫석유시대 대비 첨단산업 협력…'제2 중동붐' 타고 복합위기 돌파
SMR 공동개발·제3국 원전 진출…기술이전 등 방위산업 협력 강화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투자를 결심했다.”(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자”(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은 ‘제2의 중동붐’을 활용해 복합경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대외 경제정책 방향을 잘 보여준다. 탈석유 시대를 본격 대비하는 중동 국가들과 첨단 산업, 에너지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한국 간 협력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UAE가 장기적 관점으로 운용하는 국부펀드 자금이 국내에 대규모로 유입될 경우 경제 전반의 활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무바달라 “韓 유망 기업에 대규모 투자”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대통령은 15일 UAE의 수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총 1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국 경제인들을 놀라게 한 것은 MOU가 아니라 무함마드 대통령이 이날 회담 도중 한 발언이다. 그는 이날 회담 도중 약속을 지키는 한국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면서 300억달러(약 4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당초 국부펀드 중 하나인 무바달라의 투자만 고려하던 UAE 측이 다른 국부펀드들의 투자까지 결정했다”고 전했다.

산업은행과 무바달라는 이날 국내 유망 기업 투자를 골자로 하는 MOU를 체결했다. 무바달라는 운용자산 2840억달러(약 350조원)를 운용하는 UAE의 국부펀드로 탈석유 시대를 대비해 설립됐다. 금융권에선 UAE의 최대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운용자산 8280억달러)이 한국 투자에 더 활발하게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 이들 두 개 펀드는 선진국 시장 중심으로 주로 장기 투자를 선호한다. 한국에선 2011년 한국투자공사(KIC)와 공동 투자 MOU를 체결했다. 선진국 시장에 주로 투자하는 두바이투자청(3020억달러)은 한국 기업 인수합병(M&A)에 활발히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5년 한국의 쌍용건설 경영권을 투자한 전례가 있다.

중동 세일즈 외교 박차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한 뒤 ‘제2의 중동붐’을 위한 정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기 위해 줄을 선 것을 목격한 윤 대통령이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털어놨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새해 첫 순방 지역으로 UAE를 선택한 배경이다.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대통령 간 정상회담의 성과도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또는 정부 산하 기업 간 협력 양해각서(MOU)만 13개 체결됐다. 원전 분야에선 제3국 공동 진출,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공동 개발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정부는 2012년 UAE 바라카 지역에 처음으로 수출한 한국형 원전을 중동의 다른 국가에도 확산시킨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이어 UAE도 방산 수출

방산 분야 협력도 기대된다. 중동은 큰 수요처다.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간 관계가 소원해지고 이란과 러시아 간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지역 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방산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대내외에 공언한 한국 정부로선 중동 방산 시장을 공략할 적기인 셈이다.

한국과 UAE 정부는 이날 ‘전략적 방위산업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양국은 실무그룹을 구성해 방산 협력 사업 분야와 기술 교환 및 이전 등의 협력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민간에선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등이 UAE 방산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이 밖에 양국 정부는 △원유 국제 공동 비축 사업 △다목적 수송기 국제 공동 개발 △도시 내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 협력 △수자원 협력 등 분야에서 MOU를 체결했다.

아부다비=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