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 칼럼] 김건희여사의 샤일라 착용 VS 미셸오바마의 히잡 미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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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정상회담과 세일즈 외교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아부다비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기업인이 참여하는 비즈니스 포럼 등을 통해 경제협력 비전도 밝힐 예정이다. 3박 4일의 UAE 일정을 마치고, 스위스에서의 다보스포럼에서는 연설을 통해 공급망 강화와 청정에너지 전환, 디지털 질서 구현을 위한 연대의 길을 제시하고 한국의 주도적 역할과 의지를 국제 사회에 알리면서 세일즈 외교에 나선다고 한다.
김건희 여사의 히잡착용이 더 관심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는 보이는 것에 더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서 UAE 현충원인 '와하트 알 카리마'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방문한 김 여사의 복장 등이다. 김건희 여사는 이슬람 관습에 따라 여성들이 머리를 감싸는 샤일라를 착용했다. 샤일라는 히잡의 한 종류로 히잡보다 더 크고 네모난 숄 형태를 띄는 것이 특징이다.
미셸오바마의 히잡 미착용 문제
사실 영부인 패션과 이미지에 관한 관심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고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자신의 인도 국빈 방문 일정까지 줄여 가며 공을 들인 ‘사우디아라비아 조문 외교’도 미셸오바마의 ‘히잡 미착용’ 문제로 대중의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여성인권 침해 문제 지적
당시 미셸 여사는 사우디에서 이슬람권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스카프인 히잡을 쓰지 않아 논란이 되었었다. 그런데 미셸 여사도 2010년 인도네시아 방문 당시에는 히잡을 쓴 적이 있어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고 의도에 관한 분석이 다양했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셸 여사가 사우디의 여성 인권 침해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일부러 히잡을 쓰지 않았고 히잡을 쓰지 않아도 법적조치가 되지 않는 인도네시아에서는 문화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히잡을 썼다는 분석이 있었는데 공감이 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물론, 2006년 퍼스트레이디였던 로라 부시 여사 역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전례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분석된다.
우리나라 대통령과 영부인들의 히잡착용은?
그렇다면 김건희 여사의 샤일라 착용에 대한 찬반을 논하기 전에 우리나라 대통령과 영부인들의 전례를 찾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히잡 착용 논란’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란 방문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머리와 어깨를 감싸는 ‘루싸리’라는 흰색 히잡을 착용했었고 김정숙 여사도 히아부다비 그랜드 모스크 방문 때 중동 여성 복장인 ‘아바야’ 스타일 의상과 히잡을 착용했었다. 두 사례 모두 당시 히잡 착용을 두고 이슬람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이라는 의견과 여성 인권을 억압하는 도구를 착용한 것은 굴욕적 외교라는 의견이 팽팽했었다.
선물 받은 히잡 썼을 때 VS 쓰지 않을 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도 사우디 방문 기간 내내 전통복장 지침을 거부했었지만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 왕자로부터 어깨부터 다리까지를 덮는 망토형 옷인 아바야를 선물 받고도 쓰지 않았었다. 미국 퍼스트레이디였던 로라 부시도 서구식 여성 정장 차림으로 사우디를 방문했었고 부시 여사가 사우디에서 히잡을 두른 것은 유방암 생존 환자들이 그녀를 위해 만든 히잡을 선물로 받았을 때 단 한 번뿐이라고 전해진다.
리더의 드레스 코드는 강력한 메시지
반면에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2010년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를 방문했을 때 모자를 쓰고 스카프를 둘러서 히잡 느낌을 주어 상대국 문화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테러에 단호하게 대응하면서도 서구에서는 금기시되는 히잡을 쓰고 희생자 가족 등을 위로해 이슬람권에서 진정한 지도자라는 호평을 받은바 있다. 대통령과 영부인처럼 세계리더들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드레스코드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고 하나로 모으는 ‘힘’이자 ‘정치’이기에 문화적으로 그리고 상황적으로 360도 입체적인 분석과 고려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한경닷컴 The Lifeist>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 박영실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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