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경쟁력 K배터리…올해도 '잭팟' 예고

산업리포트

글로벌 전기차 열풍 힘입어
배터리 완제품·양극재 수출 급증
북미 등 해외 공장 조성에 박차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호재
실적 고공행진 당분간 계속될 듯
지난해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 완제품을 넘어섰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 등 국내 양극재 업체 실적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배터리 완제품 ‘빅3’(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업체도 전기차 열풍에 힘입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종목 중 배터리 산업이 막강한 경쟁력을 앞세워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조원 양극재 수출…사상 최대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관세청 품목분류체계(HS코드)를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양극재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101억8634만달러(약 12조7000억원)에 달했다. 전년(44억2367억원) 대비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세계 삼원계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점유율은 절반을 웃돈다.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 수출액은 지난해 65억9071만달러(약 8조2000억원)로 전년 대비 14.4% 증가했다. 배터리 완제품 수출은 전기차 수요 급증에 힘입어 2019년부터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지난해엔 수출액 기준으로 양극재에 뒤졌다. 산업계에서 소재 수출액이 완제품을 추월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국내 양극재 수출액 101억8634만달러 중 41.4%인 42억2214만달러는 중국으로 향했다. 2위와 3위는 헝가리와 폴란드로, 각각 19.2%와 19.0%를 차지했다. 삼성SDI는 헝가리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해외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배터리 완제품 업체와 달리 양극재 업체들은 국내에서 양극재를 전량 생산한다. 양극재는 용량과 출력을 결정한다. 배터리 원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핵심 소재로 분류된다. 해외에서 원재료인 리튬, 니켈 등을 들여온 뒤 국내에서 양극재로 만들어 해외 공장을 가동하는 국내 배터리 업체에 수출하는 구조다.에코프로그룹의 양극재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은 충북 오창과 경북 포항에서 연산 18만t의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SDI의 합작사인 에코프로이엠도 포항에서 연산 5만4000t의 양극재를 만들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전남 광양에서 작년 말 기준 연산 10만5000t의 양극재를 생산한다.

국내 양극재 업체들은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북미 등 해외 공장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국내 양극재 공장 증설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에코프로비엠은 2026년까지 연산 23만t까지 국내 생산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엘앤에프도 연산 7만t 규모의 신규 공장 증설을 준비 중이다.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 예고

배터리 완제품 업체도 올해 전기차 열풍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이 확실시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배터리 수요는 916GWh(기가와트시)로, 공급량(776GWh)을 훨씬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북미산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조달한 배터리 광물·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도 국내 배터리 업체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완제품 업체들이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등 국내 양극재 업체와 확고한 동맹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IRA 시행에 힘입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미국 내 생산 규모는 2021년 39GWh에서 2025년 442GWh로 11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은 배터리 빅3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6.5%에서 2025년 69%까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외국 배터리 업체들은 자금과 수율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해 잇따라 고전하고 있다. 배터리 공장을 준공한 뒤에는 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데, 완성차 업체로선 이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유럽에서는 영국 브리티시볼트 등이 투자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공장 건설에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에서도 난립한 중소 규모 배터리 업체들이 서서히 정리될 것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올해 실적도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배터리 ‘빅3’와 양극재 ‘빅3’(에코프로비엠·포스코케미칼·엘앤에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1551억원으로 추정된다. 증권가는 올해 영업이익이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6조523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