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정국서 中이 갑자기 중요해진 이유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시장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대가 먼저 나가 떨어지기 바라는 '치킨게임'입니다. 그 전까지 결론을 정해놓고 각기 보고 싶은 사실로 짜깁기하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당분간 이런 대립된 욕구가 평행선을 이룰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장은 시장대로, Fed는 Fed 대로 각자의 길을 가겠다는 선포가 줄을 이을 전망입니다. 인플레이션의 이중적 성격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요. 인플레이션의 이런 이중성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의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인플레, 누구 말이 맞나

투자자들이 보고 싶은 건 인플레 둔화입니다. 상품 가격을 중심으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 전망대로 주거비도 언젠가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Fed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서비스 물가가 고공행진 중이어서 근원 CPI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겁니다. 빡빡한 노동시장에서 임금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CPI의 선행지수 역할을 하는 지표가 어느 정도 힌트를 줄 수 있습니다. 먼저 기대 인플레이션입니다.
뉴욕 연방은행과 미시간대가 각각 발표하는 지수를 보면 일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인 1년 단기 기대 인플레는 확실히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 Fed가 중시하는 장기 기대 인플레는 100% 확신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뉴욕 연은의 12월 자료에선 5년 기대 인플레는 전달에 비해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시간으로 18일에 발표되는 미국의 생산자 물가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로 확실히 둔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월대비 기준으론 아직 꺾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시장에선 12월에 전월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인플레 둔화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반면 그게 일시적인 것이냐 추세적인 것이냐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물가 지표는 인플레의 이중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꺾이고 있다고 하면서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도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단기적으로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 건 맞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현 시점이 높은 수준이란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게 경직적 CPI(sticky-CPI)입니다. 애틀랜타 연은이 발표하는 이 지표는 양다리를 걸치지 않습니다. 한 번 방향성이 정해지면 반대 방향으로 잘 움직이지 않는 비탄력적 가격 변수들만 모아놨습니다. 렌트비와 의료비, 교육비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지표는 전년 동기대비 기준으로 여전히 오르고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 가장 높습니다. 이 지표가 꺾이면 확실히 인플레이션의 끝이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임금입니다. 통계적으로 임금 추이가 가장 빨리 반영되는 게 미국 고용보고서입니다. 여기서 확인해야 하는 건 시간당 임금입니다. 지난해 12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3%, 전년 동월보다 4.6% 각각 늘어났습니다. 시장 전망치(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5.0%)를 하회했고 전년 대비로는 2021년 8월 이후 최저치였습니다. 이게 추세적으로 하향 안정화되느냐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갑툭튀'가 된 중국 경제

7일 화요일에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나옵니다. 시장에선 1.8~1.9% 성장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8%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은 2022년 세계 성장률을 2.9%, 중국 성장률은 2.7%로 추산했습니다. 40여년만에 처음으로 세계 성장률보다 중국 성장률이 낮을 수 있다는 거죠. 이런 예측이 맞다면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 중국 경제의 반전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너무도 빨리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바꾼 영향입니다.

'리오프닝'으로 감염자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빨리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2023년 중국 성장률을 4%대에서 5%대로 높이는 투자은행들이 늘고 있습니다. '기저효과'와 제로 코로나 정책 포기 영향을 반영한 수치입니다.
중국 관광객들이 늘면 홍콩이나 태국이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됩니다. 또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도 호재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무역적자가 흑자로 전환할 시기가 일찍 올 수 있습니다.

더불어 따뜻한 겨울로 인해 유로존의 불황도 짧고 얕게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그래서 연착륙을 넘어 골디락스 얘기로까지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게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때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인플레는 여전히 높고 경기만 일부 회복된다면 세계 중앙은행들은 긴축 경로에서 발을 뗄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직적 CPI'가 둔화하고 중국 경제가 살아나는 게 현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 시나리오입니다. 그 때 비로소 '미니 골디락스'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래 유튜브 영상을 보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는 매주 월요일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인 '한경 글로벌마켓'에서 유튜브 영상과 온라인 기사로 찾아뵙고 있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