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2개월 선행 PER 20배…"이익 바닥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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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20배 돌파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4년 만에 20배를 넘겼다. 부진한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올해 이익 추정치는 내려갔지만 주가는 되레 상승세를 타면서다. 반도체주 이익 바닥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종 EPS, 6월 이후 반등"
올들어 주가 10% 넘게 뛰어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PER은 20.8배다. 지난 9일 17배에 머물렀던 선행 PER은 10일 20배를 넘긴 후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해 9월엔 10배에도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 선행 PER이 20배를 넘긴 것은 2008년 금융위기 후 처음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2008년 말 삼성전자의 선행 PER은 금융위기 충격으로 이익이 쪼그라들면서 31배까지 올랐다. 2002년 정보기술(IT)기업 버블과 2021년 코로나19 이후 강세장 시기엔 주가 상승으로 각각 17.5배, 17.2배까지 뛰었다.
최근 삼성전자의 이익 추정치가 가파르게 하향 조정되고 주가는 오르면서 선행 PER이 급등했다.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4조3000억원)은 8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감하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나타냈다.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에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이익 추정치를 빠르게 낮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올 들어 18.7% 낮아졌다. 실적 흐름과 달리 주가는 올해 10% 넘게 뛰었다.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 986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높은 선행 PER을 반도체주 실적 바닥의 신호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 악화보다 회복 가능성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점차 늘면서 선행 PER이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선행 PER 20배는 비싸다는 것이 아니라 점차 이익이 바닥에 근접해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 업종 EPS는 올해 6월 이후 최악에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