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독감처럼 반복되는 '병역비리'의 진짜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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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면 손해 본다" 인식 팽배“4급요? 600만원이면 됩니다.”
청년들 자발적 군 복무 이끌어야
권용훈 사회부 기자
지난 6일 만난 육군 대령 출신 행정사가 한 말이다. 그는 <병역 대체복무면제 백서>라고 적힌 책을 당당하게 꺼내 들었다. 수백 페이지짜리 책자에는 안과, 피부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 신체검사 급수를 낮출 방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은밀한 제안은 이미 청년 수백 명의 마음을 흔든 뒤였다. 군대에 가면 손해라는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와 전역한 이후에도 아무런 예우가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우리 사회의 그늘을 교묘히 파고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병역 비리를 없애려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육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군인을 예우하는 사회적 분위기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나라를 지키는 이들에 대한 존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미국이다.
미국에선 제복을 입은 군인에게 술값을 받지 않는 식당도 종종 볼 수 있다. 군인에게 시민들이 먼저 다가가 ‘당신의 헌신에 감사드립니다’라는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프랑스 파리의 버스나 지하철 곳곳에서는 ‘상이군인(국가유공자)’에게 좌석을 양보하라는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입영 대상자의 자발적인 군 복무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주한미군에 파견돼 군 복무하게 되는 카투사의 인기에서 해답을 찾아볼 만하다. 지난해 11월 병무청은 이달부터 입영할 카투사 1920명을 선발했다. 전국에서 1만4107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 7.3 대 1이었다.
저출산 여파로 입영 대상자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카투사는 육군, 공군, 해병대와 비교해 가장 높은 모집 경쟁률을 기록했다. 20대 청년들 사이에선 카투사로 복무했을 때 미군과 같은 예우를 받을 수 있다고 입소문이 자자하다. 전역한 뒤 군 복무 기록만으로도 기업에서 어학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기 요소로 꼽는다. 카투사로 전역한 이모씨(28)는 “군 복무하면서 미국 문화를 배우고 사회에 나와서도 재도약할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병역 비리는 우리 사회와 군에 대한 신뢰를 지속적으로 깎아 먹는다. 원정 출산을 해 미국 시민권을 얻는다는 유명 인사들과 고위 공직자의 자제 등 병역 면탈 행위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없다면 병역 비리는 또다시 활개 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