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먹어도 걸리는 간염 'NASH'의 위험성 [이해진의 글로벌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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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나스닥 '매드리갈' 주가 폭등…NASH 신약물질 연구결과 호평
국내엔 한미약품, 한미약품,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LG화학 등 임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12월 말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바이오텍 매드리갈(Madrigal Pharmaceuticals)의 주가가 하루만에 268% 폭등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신약물질 레스메티롬의 약효와 부작용을 테스트하는 임상3상 연구 결과가 성공적이라는 시장의 평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NASH는 말 그대로 알코올 섭취와는 무관하게 잘못된 식생활과 운동습관으로 간에 지방이 쌓여 염증이 발생하면서 간경변으로 진행될 수 있는 질병입니다. 이러한 NASH에 단순 지방간질환까지 포함한 비알콜성 지방간질환(NAFLD)의 국내 유병률은 20%를 웃돌고 있습니다.2021년 기준 한국인의 사망원인 중 암과 함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심혈관질환인데, NASH가 심혈관 질환 발생위험을 증가시키며, 특히 섬유화를 동반할 경우 위험이 9.4배까지 급증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NASH시장은 2026년 기준 3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충족 수요가 대단히 큰 시장이기 때문에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제약바이오회사들의 끊임없는 시도들이 이어졌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길리어드의 개발물질 셀론서팁이 결국 실패로 끝났고, 젠피트가 진행한 치료물질 엘라피브라노에 대한 개발노력이 임상3상 문턱에서 좌절되었습니다. 또한 인터셉트는 오베티콜릭산에 대한 임상3상 연구에서 안전성 문제로 FDA(미국식품의약국)으로부터 CRL(보안요청공문)을 받았습니다.

연 이은 NASH 임상개발 실패로 매드리갈의 치료물질 레스메티롬의 임상3상 MAESTRO-NASH(임상명) 임상결과에 대한 시장 기대는 그다지 높지 않았고, 오히려 발표를 앞두고 투자의견을 내린 애널리스트들도 있었습니다. 발표한 임상결과는 성공적이었고 기대가 작았던 만큼 주가의 상승폭은 컸습니다. 약효를 평가하는 공동 1차유효성평가지표의 세부 항목인 NASH 해소와 섬유화 개선지표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임상결과를 나타냈습니다.치료물질 레스메티롬 80mg, 100mg을 투여했을 때, NASH 해소는 각각 26%, 30%인 반면, 위약은 10%를 나타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섬유화 개선도 각각 24%, 26%, 14%로 용량의존적으로 약효가 있음을 증명한 것입니다. 또한 중대한 부작용 문제도 제기되지 않았습니다.

매드리갈의 성공적인 NASH 임상3상 결과발표에 힘입어 같은 NASH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나스닥 바이오텍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특히 매드리갈과 유사한 갑상선호르몬수용체베타 작용제 기전으로 임상2상을 진행중인 Viking Therapeutics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높게 반영됐습니다. Oramed, Akero, 89bio 등도 상승대열에 올랐습니다. 빅파마 중에 NASH 치료제 개발에 가장 근접한 회사가 Novo Nordisk입니다. Novo는 이미 당뇨병치료제, 비만치료제 등으로 개발된 물질인 GLP-1 작용제 세마글루타이드로 NASH 임상3상을 진행중인데, 임상2상에서 부족했던 섬유화 개선 지표를 임상용량 재설정을 통해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들도 NASH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LG화학 등이 임상단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미약품의 경우 올 상반기에 LAPS-듀얼아고니스트 임상2a상 결과발표와 LAPS-트리플아고니스트 임상2b상 중간결과를 앞두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앞으로 발표될 매드리갈의 치료물질 레스메티롬 임상3상의 상세 부작용 데이터와 공동 1차유효성평가지표인 복합장기사건발생 54개월 임상데이터 결과를 신중히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그 동안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거대한 NASH 치료제 시장의 개화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NASH 치료제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와 더불어 시장성이 크면서 인류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제약바이오업계의 큰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두 치료제 모두 승인될 가능성이 높은 2023년은 의미 있는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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