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노동자 옷 재활용' 가짜 보도자료에 낚인 세계언론

여러 패션 웹사이트에 기사 뜨자 아디다스 "우리가 낸 자료 아냐"

독일 스포츠용품 기업 아디다스가 공장 노동자들이 입었던 옷을 재활용한 제품을 출시한다는 등의 가짜 뉴스가 돌았다가 아디다스가 이를 부인하는 일이 벌어졌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황당한 거짓정보를 유포해 주목을 끌며 환경·노동 문제 등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해 온 2인조 활동가 '예스맨'은 최근 가짜 아디다스 이메일 주소로 세계 패션 매체와 블로거들에게 '보도자료'를 보냈다.

이 보도자료에는 아디다스가 캄보디아 노동조합 지도부 출신을 올 초 취임한 비에른 굴덴 현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사령탑을 맡을 공동 CEO로 선임했고 '리얼리티웨어'라는 제품군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제품군에는 팬데믹 기간 임금이 체불된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6개월간 계속 입었던 옷을 '업사이클' 한 의류가 포함되며, 제품 디자인에 미국 래퍼인 퍼렐 윌리엄스가 참여한다고 자료는 전했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예스맨이 아디다스의 아시아 공장 노동문제와 반유대주의 언행을 벌인 미국 힙합 스타 '예'(옛 이름 카녜이 웨스트)와 협업을 한 사실을 비꼬기 위해 만든 거짓 보도자료였다.

이들은 심지어 '런칭 이벤트'를 벌인 것처럼 꾸며내기 위해 멍이 들거나 피를 흘리는 모델들이 청중 앞에서 이런 리얼리티웨어를 입고 런웨이를 걷는 모습이 담긴 사진 자료도 제공했다. 여러 패션 뉴스 웹사이트와 블로그들이 가짜 보도자료에 속아 기사를 쏟아냈다.

패션 뉴스포털 '패션유나이티드'는 "아디다스가 과거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어 노선을 크게 수정하는 데 관심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포털사이트 MSN이 뉴스를 모아 제공하는 웹페이지에도 이와 비슷한 기사가 게재됐다. 이 기사는 아디다스가 예와 관계를 끊은 이후 변화를 모색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아디다스 측이 "이런 발표는 아디다스가 한 것이 아니고, 맞는 내용도 아니다"라고 해명하자 언론들은 급히 기사를 내렸다.

이번 소동의 배후에 있는 예스맨은 미국인 잭 서빈과 이고 바모스가 만든 2인조 그룹으로, 언론이나 문화기관, 기업 광고 등 대중매체를 역이용한 반(反)소비주의 활동을 벌여 왔다.
앞서 이들은 세계무역기구(WTO)와 다우 케미컬, 맥도날드, 미국 주택도시개발부 등의 관계자나 당국자인 것처럼 속여 언론 인터뷰를 하거나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등 활동을 한 바 있다.

바모스는 "아디다스는 그럭저럭 스캔들을 극복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린워싱(친환경으로 위장하는 행위)의 대가"라며 "굴덴 CEO가 그동안 옳은 일에 관해 많은 말을 했는데, 오늘 일이 그들이 실제로 행동하도록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캄보디아의 아디다스 납품업체 노동조합은 팬데믹 동안 노조 활동을 한 노동자 해고가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디다스 의류를 생산하는 캄보디아 8개 공장에서 노동자 3만여 명이 총 1천170만달러(약 145억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