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가 포괄임금제 단속에 ‘사활' 건 이유

고용노동부가 올해 근로감독을 포괄임금제와 임금체불 이슈에 집중하겠다는 '근로감독 계획'을 내놨다. 특히 포괄임금 오남용에 대해서는 사상 최초로 기획감독을 실시하는 중(1~3월)이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하반기에 추가적인 기획감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노동개혁이 장시간 근로와 임금체불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노동계의 반발을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17일 오후 경기 김포시 SSG 물류센터를 찾은 자리에서 '2023년 근로감독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고용부는 근로감독 계획에서 포괄임금,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 직장내괴롭힘, 불공정채용 등을 '5대 불법 부조리'로 특정하고 근절 방침을 천명했다. 5대 부조리 분야에 근로감독을 집중하고, 적극적인 기획감독과 선제적 직권 조사 추진 방침도 함께 밝혔다.

또 모든 근로감독 과정에서 근로시간 운영 실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사실상 근로감독에서 포괄임금제 단속을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계획이다.

포괄임금제와 연결되는 임금체불에 대해서도 조선업을 중심으로 기획감독을 전면 실시한다. 특히 체불 금액이 많거나 고의적인 경우라면, 신고사건이 접수되자마자 해당 사업장에 대해 즉시 근로감독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특히 지난해 2만7000개(정기 2만2000개) 사업장 감독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감독 물량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사전 계획에 따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정기감독의 물량 숫자는 그대로 유지하고, 기획감독 등이 포함된 수시감독의 물량을 늘려 현장 대응을 기민하게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수시감독이란 노동 현장에서 주요 이슈가 발생하거나 노동환경이 취약한 업종·분야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기획형 감독을 의미한다. 결국 포괄임금 단속도 IT나 감시단속적 근로영역 등 업종을 정해놓고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중대한 법 위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 대상으로 실시하는 특별 근로감독도 엄정 실시해 고의·상습 체불, 직장내 괴롭힘 등 중대한 법 위반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우 무관용 대응키로 했다.이런 정부의 유례 없는 포괄임금제 단속 방침에는 노동개혁이 장시간 근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노동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내놓은 근로시간 관련 권고안에 따르면 정부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다양화할 방침이다. 이 경우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하는 게 가능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또 정부안대로 만들어진 제도가 법적 설계를 아무리 잘해도, 현장에서 작동하게 되면 사실상 장시간 근로를 촉진하는 방아쇠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사실상 방치해왔던 포괄임금제 감독을 전면에 내건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부는 지난달 △유효하지 않은 포괄임금 계약을 유효한 포괄임금 계약으로 오인·남용하여 실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고정OT 계약'을 유효한 포괄임금 계약으로 오·남용해 실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임금체불' 문제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기획 감독 분야와 기획 사업장 명단도 이미 나온 것으로 안다"며 "정부의 의지가 강한만큼 이번에야말로 사업장 내의 포괄임금제를 전면 재검토 하고 임금 체계를 개편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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