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서 에어팟 안 끼고 수저도 놓거든요?"…억울한 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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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신입사원 풍자' 콘텐츠 반응 폭발
"현실고증 제대로" vs "실제론 안 그래"
"MZ(밀레니얼+Z) 사원들을 십분 이해합니다" (상사)사회생활을 시작한 MZ세대를 풍자하는 코미디 콘텐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기성세대 시청자 사이에선 "'현실 고증'이 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정작 MZ세대들 사이에서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저희를 얼마나 이해하신다고…" (부하직원)이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의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의 코너인 'MZ 오피스'의 한 장면이다.
일례로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의 코너인 'MZ 오피스'에서는 사회초년생인 MZ세대를 조직문화에 어울리지 못하는 캐릭터로 그려내곤 한다. 사무실에서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일하느라 상사의 말을 못 듣거나, 식당에 가서 수저통과 가장 가까이 앉고서도 꿋꿋하게 움직이지 않는 모습 등이다.
기성세대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20~30대 회사 신입들 하나 같이 저 모양 맞던데", "현실고증 제대로", "우리 부서 막내 생각난다", "원래 더 심한데 오히려 좀 평범하게 나온 것 같다" 등 주로 공감하는 반응이 포착된다. 또 '풍자가 불편하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선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풍자하지 않았느냐"면서 '내로남불'이라는 취지의 지적도 나왔다.이 콘텐츠를 시청하는 현실 속 MZ세대들은 이런 콘텐츠가 극소수 사회초년생들의 부정적인 단면만 확대해 비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계속되는 이미지 각인으로 좋지 않은 고정관념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지난해 하반기 취업에 성공한 박 모(29) 씨는 한경닷컴에 "상식적으로 어떻게 사무실에서 에어팟을 끼고, 상사들과 식당에 갔는데 수저도 안 놓을 수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MZ세대 사원을 주제로 퍼진 정체불명의 '주작글'이 화제가 되자 이런 드라마도 나온 것 같은데, (기성세대가) 이것만 보고 20~30대는 전부 다 그럴 거라고 생각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지나친 과장과 왜곡을 통한 풍자는 편견과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특정 세대를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선입견을 품고 잘못된 이미지를 덧씌우는 건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세대를 규정해 나누는 자체가 편견을 조장하는 역할을 한다"며 "개성과 취향, 다양성은 연령에 따라 갈라지는 게 아닌데, 단순히 세대별 특징을 구분 짓는 세대론은 이 시대엔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MZ세대라는 용어 사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초반 사이 출생한 M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 사이 태어난 Z세대를 묶어 쓰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며 "심지어 이들도 계층·성별에 따라 차이가 크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MZ'란 박스에 가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