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 가고 박재범 왔다…KBS, '발칙한' 명예회복 가능할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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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새 심야 토크쇼 2월 론칭가수 유희열이 가고 박재범이 왔다. KBS가 '젊은 감각'을 내세운 음악 토크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시즌제 도입한 '더 시즌즈'
첫 번째 MC 박재범 "내 역할에 최선 다해"
PD "'KBS에서 이런 걸?' 편견 깨고 싶었다"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 공개홀에서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조준희 CP와 박석형, 이창수 PD를 비롯해 가수 박재범, 멜로망스 정동환이 참석했다.KBS의 심야 음악 프로그램은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30년간 큰 사랑을 받아왔다.
'더 시즌즈'는 KBS의 새 음악 토크쇼로, '연간 프로젝트'라는 색다른 방식을 도입해 올 한 해 동안 총 네 개의 시즌, 네 명의 MC와 함께한다.
박석형 PD는 "KBS에서 정통 음악 토크쇼를 한 지 30년이 됐다. 그 명맥을 잇는 뮤직 프로젝트가 '더 시즌즈'"라면서 "각자의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네 뮤지션이 각자 네 시즌의 MC를 맡아 진행하게 된다. 큰 타이틀 아래 묶어서 큰 주기를 완성하는 프로젝트다. 그 첫 번째 시즌을 열어주는 게 '박재범의 드라이브'다.KBS의 심야 음악 토크쇼는 지난해 표절 의혹에 휩싸인 유희열이 '스케치북'에서 불명예 하차하며 그 맥이 끊기는 듯했다. 하지만 KBS는 논란을 딛고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더 시즌즈'로 새 돌파구를 찾았다.
박 PD는 "리스크 때문에 연간 프로젝트를 한 건 아니다. 조금 더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좋은 음악이 계속 여기저기서 나오지 않냐. 고르게 기회가 가길 바라는 의지가 컸다"고 밝혔다.
이어 "30년 명맥을 잇기는 하지만 전과는 다른 새로운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다. 부담이나 구성상의 특이점 등에서 이전과 단절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 위주로 하자고 생각했다. 그 결과가 시즌제였다"고 부연했다.시즌 구분과 관련해서는 "계절을 뜻하는 '시즌'은 아니다. 네 명의 MC들이 보여줄 각각의 시즌을 말한다. 방송에서 말하는 통상적인 시즌을 보고 있다. 딱 끊어질 것 같진 않다. 각각의 스케줄 사정이 있어서 조금 미뤄질 순 있다. 다만 분명한 건 올 한해 네 명의 MC가 네 시즌을 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박재범을 포함해 총 세 시즌의 MC가 확정됐다고. 박 PD는 "섭외를 동시에 진행했다. 훨씬 많은 분께 섭외 제안을 해 마지막 시즌 한 분이 남았다. 못하겠다는 대답을 들은 건 아니다. 꾸준히 설득 중"이라고 전했다.'더 시즌즈'의 첫 번째 MC로는 데뷔 15년 차 뮤지션 박재범이 나선다. 데뷔 후 처음으로 지상파 단독 MC를 맡게 된 그는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거라 당연히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KBS 음악 토크쇼가) 30년의 전통을 갖고 있지 않으냐. 영광이다. 내 역할을 열심히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최근 첫 녹화가 진행됐다. 이창수 PD는 당시를 떠올리며 "눈앞이 캄캄했다. 박재범 씨가 오래 준비한 대본대로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섭외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목표가 '작은 음악회'가 갖고 있는 편견을 깨는 거였는데, 박재범의 커리어 자체가 편견을 깨는 거였다"고 했다.
이에 박재범은 "너무 대본대로만 하면 말리는 경우가 있다. 딱딱하게 읽는 건 성향과 맞지 않아서 조금 더 자유롭게 했다. 개인적으로 궁금하거나 대화하다가 생기는 질문들을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했다. 첫 녹화는 즐거웠던 것 같다. 나오신 분들도 심야 음악 토크쇼가 다시 생기는 걸 반겨줬고, 좋은 마음으로 많이 보여주고 가야겠다는 의견이었다"며 만족해했다.
특히 그는 "요즘 서바이벌이 많지 않으냐. 창작한 것들을 편하게 TV에서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아서 이 프로그램이 많은 분께 소중한, 귀한 프로그램인 것 같다. 그걸 알기 때문에 제안이 왔을 때 '새롭고 재밌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선생님들을 모실 때 어떤 어휘로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다른 분들은 다 나보다 어려서 편하게 했는데, 양희은 선배님이 오셨을 땐 긴장을 많이 했다"고 남다른 고충을 털어놨다.정동환은 밴드 마스터로 합류해 소란의 이태욱, 박종우, 장원영, 신예찬과 하우스밴드 '정마에와 쿵치타치'로 호흡을 맞춘다.
정동환은 "이름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이름만 들어도 신나고 재미있지 않으냐"면서 "요즘 유튜브를 통해 예전 토크쇼 영상들이 나오던데 30년 동안 해 온 무대를 내가 이어서 연주한다는 게 감사했다. 절대 누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밴드 멤버들과 관련해서는 "전부 학교 동문이다. 현재 음악 신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 연주자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크러쉬, 자이언티, god 등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분들의 밴드 연주자로 활동하는 굉장히 바쁜 친구들인데 함께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친구들이 젊은 느낌의 밴드를 가장 잘하지 않나 싶다. 방송을 보는 분들도 '이런 음악에서 악기가 저렇게 접목되는구나'라고 생각할 거다. 듣는 재미, 보는 재미가 다 있는 밴드"라고 자신했다.
박 PD는 "가장 집중하는 건 30년 전통을 잇는 게 아니라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MC의 색깔이 프로그램에 배어나겠지만, 한 장르에 국한되진 않는다. 계절마다 좋은 음악들이 나오지 않냐. 그걸 소개하는 게 우리 프로그램의 목표"라고 했다.
이 PD는 '젊은', '트렌드' 등의 단어를 언급했다. 그는 "'더 시즌즈'를 기획하면서 중점으로 둔 게 기존의 선입견과 편견을 깨자는 거였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하려고 했다. 마치 주방장에 맞춰 새로운 요리가 나오는 오마카세 형식이다. 그런 마음으로 이번 시즌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계속해 그는 "'미스터트롯' 없이도 임영웅이 나오게 하고 싶다. '고등래퍼', '쇼미더머니' 없이도 이영지가 나오게 하고 싶고, 'K팝 스타' 없이도 악뮤가 나오고 싶게 하자는 게 목표"라면서 "내가 그 능력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발칙하게, 새롭게 만들려고 했다. '이런 것까지 할 수 있었어? 특히 KBS에서?' 이런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열심히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더 시즌즈'는 오는 2월 5일 첫 방송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