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피커 대신 큰손 회원 잡겠다"…카드업계 '프리미엄'에 전력투구

고액 연회비 카드 잇달아 출시
지난해 말 이후 신상품의 30%

VIP 결제액 일반 회원의 4배
"경기둔화에도 소비수준 유지"
개인사업자 김모씨(35)는 지난달 백화점에서 부모님께 드릴 연말 선물 쇼핑을 하다 연회비 10만원짜리 ‘롯데백화점 플렉스 카드’를 발급받았다. 연회비 1만원 안팎의 카드만 쓰던 그에겐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지만 해외명품 매장에서도 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데 마음이 끌렸다. 김씨는 “연회비만큼 포인트 적립, 무이자 할부 등으로 돌려받을 수 있어 손해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현대카드, 1년 반 만의 신상품

연회비가 비싸도 풍부한 혜택을 챙길 수 있는 ‘프리미엄’ 신용카드가 조용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수년간 새로운 프리미엄 카드를 내놓지 않았던 카드사들도 새해를 전후로 신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알짜 카드’를 단종하고 카드 발급 캐시백, 무이자 할부 등 기본 마케팅을 대폭 축소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약 두 달 동안 7개 전업카드사가 선보인 신상품 총 9개 가운데 3개가 프리미엄 카드로 집계됐다. 프리미엄 카드는 통상 연회비가 10만원이 넘는 카드를 말한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기존 인기 프리미엄 상품인 ‘더 레드’ 카드 상위 버전인 ‘더 레드 스트라이프’를 내놨다. 2021년 5월 프리미엄 카드 ‘더 핑크’를 내놓은 지 1년 반 만이다.이 카드는 연회비가 50만원에 이르지만 기존 더 레드 가입자는 물론 신규 가입자도 적잖게 몰리고 있다. 현대카드는 올해 다른 프리미엄 카드의 스트라이프 버전도 선보일 계획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수그러들었던 프리미엄 카드 시장은 지난해부터 다시 살아나는 추세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항공권·해외 호텔 관련 혜택이 코로나19로 무용지물이 되면서 2020~2021년 프리미엄 카드는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프리미엄 카드 수요도 회복됐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프리미엄 카드 회원 수는 34%(5만4800명) 늘어 일반 회원 증가율 9%를 크게 웃돌았다.

‘특권’ 원하는 소비자 자극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드는 월평균 결제금액이 200만~1000만원으로 일반 상품 대비 1.5~4배 많다”며 “휴면 회원이나 ‘체리피커’를 양산하는 대규모 마케팅보단 소비 규모가 큰 소수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상품보다 대중성을 조금 더 강화한 ‘매스티지(매스+프레스티지) 카드’도 급부상하고 있다. 국민카드는 지난 10일 5년 만에 처음으로 프리미엄 카드 브랜드 ‘헤리티지’를 내놨다.

기존 브랜드 ‘베브’에 비해 타깃을 세분화한 게 특징이다. 특히 아직 젊고, 프리미엄 카드 사용자보다 소득이 적지만 ‘플렉스(과시소비)’ 성향이 강한 미래 고객을 겨냥했다. 그 결과가 첫 번째 상품인 ‘헤리티지 스마트’ 카드다. 연회비 20만원으로, 기존 프리미엄 카드보단 낮고 15만원 상당의 할인 쿠폰을 함께 제공해 심리적 문턱을 낮췄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