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 교수 "국영수처럼…초중고 교실에서 창의성 가르쳐야"

지금 우리 학회는
한국창의성학회장 이찬 서울대 교수

2017년 서울대 교수 7명이 설립
"모든 학생을 각 분야 최고 육성"

"입시교육 수혜자 서울대생은
'게임의 룰' 벗어야 창의성 발현"
2016년 11월 서울대 교수 7명은 “교육 패러다임을 창의성으로 바꿔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 모임은 이듬해 학회 설립으로 이어졌다. “무너져가는 한국 교육을 창의적으로 바꿔 1~100등 줄 세우기가 아닌 모든 학생이 각 분야에서 1등 하는 인재를 만들자”는 비전을 세웠다.

17일 만난 이찬 한국창의성학회장(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산업인력개발학 교수·사진)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코끼리는 힘으로, 원숭이는 나무타기로 그 존재를 인정받는데, 한국은 대량생산 시대에나 필요한 잣대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저마다의 영역에서 1등을 만들어내는 교육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달 초 새롭게 학회장을 맡았다.한국창의성학회가 본격 출범한 건 2017년 1월이다. 당시 학회 설립을 위한 기초작업에 박남규 경영대 교수, 신종호 임철일 교육학과 교수, 박주용 심리학과 교수, 황농문 재료공학부 교수, 윤주현 디자인학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대한민국 교육개혁에 대한 의지는 점차 확산해 지금은 41개 대학, 100여 명의 교수가 활동 중이다. 학생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중·고교 교사들도 회원으로 참여했고 선한 뜻에 동참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이 학회장은 “그동안 서울대는 입시 위주 교육의 최대 수혜자였다”며 “이런 파행 교육에 원인을 제공한 원죄 의식을 가지고 새롭게 뿌린 씨앗이 창의성학회”라고 설명했다.

이 학회장이 생각하는 창의성은 뭘까. 그는 “세상에 없는 것을 창조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지만, 기존에 있는 것을 새롭게 조합하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또 “과거에는 근면·성실한 사람이 인재였지만 미래는 재미있게 일하고, 잘 놀고, 소비할 줄 아는 사람이 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하 수직적이고 관료화된 조직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학회장은 “창의적 사고의 유연성은 자율적인 조직문화에서 나올 수 있다”며 “선배는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라 후배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코치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에서 리더의 미션을 자신보다 더 똑똑한 사람을 뽑고, 후배에게 세부 지시를 하지 않도록 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입사자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는 문화를 조성해줘야 한다는 것이다.16년째 서울대에서 산업인력개발학을 가르치고 있는 그에게 ‘서울대생이 얼마나 창의적인지’를 물었다. 이 학회장은 “서울대생은 시험을 잘 보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시험 평가로 인정받는 ‘게임의 룰’에 익숙해져 있는데 이를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식물과 동물뿐 아니라 인간사회도 이종교배를 해야 진화하고 성장한다”며 “정말 성공하려면 익숙해져 있는 시험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임 학회장으로서의 목표에 대해 그는 “어릴 때부터 창의성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창의성 과목이 국·영·수 못지않게 학교에서 주요 교과목으로 다뤄지도록 다양한 활동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