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환자 '로봇 갑상샘 절제술' 세계 최초로 성공

최준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
수술공간 넓히지 않고 전체 절제
로봇 갑상샘 수술이 학령기 이전의 소아 연령대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의료계 기존 상식이 깨졌다. 국내 의료진이 세계 최초로 로봇 절제술을 통해 5세 환자의 갑상샘 전체를 절제하는 데 성공했다.

최준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외과·사진)이 ‘바바(BABA) 로봇 갑상샘 절제술’로 5세 여자 아이의 갑상샘 전체를 절제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로봇 갑상샘 수술이 어린 연령대 환자에게 적용되기 어렵다는 인식을 깬 세계 최초 사례다. 바바 로봇 갑상샘 절제술은 양쪽 유륜과 겨드랑이에 1㎝ 미만의 작은 절개창을 만들어 갑상샘을 절제하는 수술법이다. 목에 흉터가 남지 않는 데다 부작용이 적어 세계적으로 널리 시행되고 있다.그러나 소아 환자에겐 적용되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로봇 수술이 가능한 건 최소한의 절개만으로도 로봇팔을 몸 안에서 자유롭게 회전시키거나 각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인데, 소아는 체구가 작아 공간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에서다. 그래서 흉터를 감수하더라도 소아는 목 앞쪽에 절개창을 내는 방식으로 갑상샘 절제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에 최 교수팀은 난치성 갑상샘 기능 항진증을 앓는 18㎏ 5세 여아에게 바바 로봇수술을 시행했다. 성인의 3분의 1에 미치지 않는 체구다. 최 교수팀은 체구가 작더라도 신체 구조나 신경 형태는 성인과 다르지 않다고 보고, 높은 숙련도를 바탕으로 수술 공간을 넓히지 않은 채 수술을 성공적으로 잘 끝냈다.

최 교수팀은 로봇 갑상샘 절제술을 소아에게 적용할 경우 혈중 칼슘 수치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부갑상샘 조직을 카메라로 더욱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 수술 시 보존이 쉽다는 점도 확인했다. 수술 중 부갑상샘이 손상되면 손발 저림, 근마비, 성장장애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최 교수는 “앞으로 다양한 소아 로봇 수술의 성공 사례를 축적하고 방법론을 공유해 어린이 환자들이 더욱 안전하게 로봇 수술의 이점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번 수술 사례는 국제 학술지 ‘헤드 앤드 넥(Head and Neck)’에 게재됐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