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철 병원장 "심장뇌혈관 통합치료…중증환자 중심 병원으로 거듭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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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장에게 듣는다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이 올해 출범 10년 차를 맞았다.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은 2014년 심장질환과 뇌졸중, 혈관질환을 묶은 통합 치료 모델을 선보이며 문을 열었다. 질환의 특성을 반영한 다학제 치료의 완성을 이뤘다는 의료계 평가를 받고 있다.
권현철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장
5개 센터에서 종합·입체적 진료
병원 출범 10년차 맞아 새 비전
고난도 치료 우수한 성적은 기본
의뢰 핫라인·이송 시스템 확립
의사 실시간 공유 시스템도 추진
2019년 4월부터 심장뇌혈관병원을 이끌고 있는 권현철 병원장(사진)은 관상동맥질환 분야 국내 대표적 명의로 꼽힌다.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1997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1년엔 대한심혈관중재학회 회장, 관상동맥 분지병변 연구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심인성쇼크연구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심장뇌혈관병원 센터가 5곳이다.
“심장센터와 혈관센터, 뇌졸중센터, 이미징센터, 예방재활센터 등 5개 센터를 두고 있다. 각 센터는 다시 질환에 따라 더 세분화된 센터, 팀 체제로 움직인다. 심장과 뇌, 혈관 질환은 복잡하고 다양하면서 촘촘한 그물망처럼 서로 얽혀 있어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접근과 치료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혈관클리닉도 있다.“관상동맥질환과 뇌혈관질환, 대동맥 및 말초동맥질환은 죽상경화라는 공통 원인이 있다. 한 가지 질환을 가진 경우 다른 혈관 질환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다혈관클리닉은 심장, 뇌졸중 전문의가 모여 광범위한 혈관 질환을 다룬다.”
▷질환이 복잡하기 때문인가.
“같은 질환이라도 환자에 따라 수술이나 시술, 약물 치료 등 어느 것이 더 유리한지가 다 다르다. 반대로 다른 질환인 듯 보여도 원인과 증상, 치료가 비슷한 경우도 많다. 실제로 다혈관클리닉에서 2021년 진료받은 환자의 57%가 치료 계획 변경이 필요했다. 대부분 증상이 없는 상태여서 1차 치료만으로 끝났으면 다른 부위 혈관 질환이 그대로 진행될 뻔한 것을 찾아내 치료한 셈이다.”▷‘질지표 보고서’를 발간한다.
“2017년 병원 체계가 잡히자 ‘질지표 보고서’를 작성했다. 국내 최초의 시도였다. 당시만 해도 심장, 뇌, 혈관 질환의 질지표와 관련해 모두가 인정하는 객관적 기준이 없었던 터라 데이터 검증에 대한 우려가 컸다. 잘하면 잘한다고, 못하면 못한다고 있는 그대로 공개하기로 했다. 환자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하자는 초심을 지키며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도 보고서를 냈는가.“그렇다. 질지표 보고서를 발간한 덕분에 미래를 향한 동력을 얻게 됐다. 우리가 잘하는 분야는 더욱 잘할 수 있게 됐고, 개선이 필요한 분야를 찾아냄으로써 한층 나은 의료서비스를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잘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급성심근경색 관련 지표다. 우리가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분야다. 해당 지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8년부터 진행한 평가로 삼성서울병원이 국내 유일하게 5년 연속 1등급을 받았다. 2012년 이후 심평원이 병원 평가를 더 이상 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질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병원의 급성심근경색 30일 이내 사망률은 3%대다. 2012년 심평원의 마지막 평가에서 상급종합병원 평균이 6.1%, 종합병원 평균이 8%였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아래다.”
▷첨단의학 구현에도 적극적이다.
“2012년 국내 최초로 하이브리드 부정맥치료를 도입했다. 최근 680건을 넘어섰다.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를 한 지 2년이 지난 뒤 정상 박동 유지율이 90% 이상으로, 극도자절제술과 같은 기존 치료보다 월등히 나은 성적을 거뒀다. 인공심장이라 불리는 심실보조장치 역시 우리가 앞서는 분야다. 작년 기준 105건을 수술해 국내 최초로 100건을 넘겼다. 인공심장 수술의 40% 이상을 맡았다.”
▷의료진의 헌신이 필요하겠다.
“24시간 대동맥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외부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핫라인을 통해 환자 이송을 결정하고, 환자 도착 전 전담팀이 움직여 응급실 도착과 동시에 수술 등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를 갖췄다. 작년에만 대동맥 전담팀을 71번 가동해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올해 세운 목표가 있는가.
“중증 고난도 진료를 중심으로 하는 ‘4차 병원’으로 거듭나려 한다. 올해는 본격적인 첫걸음을 내딛는 해가 될 것이다. 고난도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의 우수한 치료 성적을 바탕으로 중증환자 중심 치료로 나아가겠다는 출사표다.”
▷도약을 위한 준비는 됐는가.
“중증환자의 우수한 치료 성적뿐 아니라 다른 병원과의 의뢰와 회송에 필요한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갖췄다. 중증 환자 의뢰를 위한 핫라인을 정비했으며 중증 환자 이송 시스템도 확립했다. 향후 거점 병원 중심의 협력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의사 간 실시간 공유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환자와도 적극 소통한다.“병원장으로서 삼성서울병원 유튜브 채널 내 ‘닥터트루스’란 코너를 맡아 기획과 진행을 하고 있다. 2020년 5월부터 진료실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담아 환자들에게 ‘진짜 정보’를 제공해왔다. 최근 다시 정비해 시즌2를 시작했다. 콜레스테롤 섭취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큰 상관이 없다는 내용과 가슴 통증의 가장 큰 원인은 심장병이 아니라는 영상 등이 화제였다. 환자에게 실제 도움이 된 사례도 많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