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규탄 성명' 엄태영·장동혁, 與 선관위 사퇴

유흥수 선관위원장 "무심코 이름 올린 듯"
"공정성 측면서 사의 수용…종용 없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오후 대구 동구 동화사 예방을 마친 뒤 차를 타고 떠나며 창밖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 사진=뉴스1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에 소속된 엄태영·장동혁 의원이 18일 나경원 전 의원을 규탄하는 초선 의원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가 선관위원직 사의를 표명했다. 중립성 및 공정성 논란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이날 공지를 통해 "선관위원 중 엄 위원과 장 위원이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 의사를 표명했고, 유흥수 선관위원장이 이를 수용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앞으로도 저희는 공정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 선거관리 업무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유흥수 선관위원장은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엄 의원과 장 의원이) 순간적으로 선관위원이라는 걸 잊어버리고 무심코 (나 전 의원 규탄) 성명에 이름을 올렸던 것 같다"며 "공정성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고, 저 역시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수용했다"고 말했다.

'선관위 차원에서 사퇴를 종용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며 "상대(나 전 의원)측의 항의도 없었다"고 답했다.

앞서 엄 의원과 장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 48명은 전날 나 전 의원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나 전 의원이 자신의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해임이 윤석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주장한 데 대한 비판이다.초선 의원들은 성명에서 "나 전 의원의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 때문이라는 취지의 주장에 우리 초선들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본인의 희망에 따라 맡겨진 2개의 장관급 자리를 무책임하게 수행한 데 대해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물었는데도, 참모들의 이간계 탓으로 돌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과 참모를 갈라치면서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그 갈등을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건 20년 가까이 당에 몸담은 선배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믿기 어렵다"며 "그것도 대통령이 세일즈 외교를 위해 해외에서 사력을 다하는 상황에서 이런 왜곡된 주장으로 대통령을 모욕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말로는 대통령을 위한다면서 대통령을 무능한 리더라고 모욕하는 건 묵과할 수 없는 위선이며 대한민국에서 추방돼야 할 정치적 사기행위"라며 "나 전 의원에게 대통령에 대한 공식 사과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