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리, 설맞이 경동시장 방문 "기업-전통시장 상생모델 만들자"

곶감·밤·운동화 등 사고 상인들과 차담회…청년몰도 둘러봐
'옥상 푸드트럭 야시장' 상인회 숙원사업에 동대문구처장 "길 찾겠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설 연휴를 사흘 앞둔 18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방문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청바지에 흰 운동화, 점퍼 차림으로 경동시장을 찾은 한 총리는 땅콩, 곶감, 밤 등을 샀다.

굴을 사면서는 "집사람이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동시장은 한약재 거래로 성장한 83년 역사의 전통시장이지만, 갈수록 유통시장이 대형마트와 온라인 위주로 변화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경동시장 상인들은 자구책으로 2018년에 서울 전통시장 중 처음으로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유치했다.
작년 말에는 LG전자와 협력해 친환경 물품을 판매하는 '금성전파사'를 유치했다.

스타벅스는 경동시장 안에 있던 폐극장을 개조해 매장을 만들었다. 경동시장 설립 연도를 빌려 '스타벅스 경동1960 점'으로 이름을 붙인 이 지점은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MZ 세대' 방문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경동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이 시장 유동 인구는 작년 11월 하루 평균 4만8천명에서 이달 하루 평균 10만∼15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한 총리는 금성전파사에 들러 운동화를 사고 판박이를 붙여 자신만의 운동화를 만들었다. 젊은 창업자를 위해 낮은 임대료로 창업 공간을 내준 '청년몰'도 둘러봤다.

한 총리는 이번 방문에서 경동시장 상인들의 숙원사업인 '옥상 주차장 푸드트럭 야시장' 설립을 위한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상인들은 한 총리에게 "코로나19로 입주점포 과반이 월세를 제때 못 내거나 문을 닫고 나갈 만큼 힘들었다"며 "활로를 뚫기 위해 3년 전부터 옥상 주차장에 푸드트럭 야시장을 준비 중인데, 규정이 복잡해 번번이 좌절했다"고 말했다.
이에 한 총리와 동행한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주차장법과 서울시 조례 등을 살펴보니,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 테두리 내에서 충분히 규제를 풀 길이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동대문구는 법률 검토를 마치는 대로 경동시장 측과 협의해 야시장 사업 허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 총리는 실제 옥상 주차공간에 올라가 "주차장이 훌륭한 야시장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저도 꼭 오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어 스타벅스 경동 1960점에서 상인 및 기업들과 차담회를 했다.

차담회에서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이런(경동시장) 모델이 모범적인 사례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런 쪽을 독려하는 분위기로만 해주셔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큰 기업과 전통적인 시장, 자영업자와 상생 모델을 만들자고 한 게 경동시장"이라며 "이것을 제도화하면 성공하는 사례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년 상인들의 온라인 배송 사업도 적극 지원해달라는 청년 상인회장 요청에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중기부의 온라인 플랫폼 입점 및 배송료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청년 상인회장에게 "현재 청년들이 중기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총리실 등에 장관님 보좌관으로 가 있다"며 "그 청년 보좌관에게 전화해보면 다 장관님에게 보고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