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도영웅' 계순희, 감독 변신…"유도복 입고 열정 넘쳐"

2018년 국제유도연맹 명예의전당 헌액…모란봉체육단서 선수 육성
1990∼2000년대 세계 유도를 휩쓴 북한의 '유도 영웅' 계순희(44)의 근황이 공개됐다. 18일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운영하는 '조선의 출판물' 홈페이지는 1월 화보 '조선'에서 계순희가 모란봉체육단 책임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매체는 "인생의 가장 값있고 보람찬 청춘 시절을 빛나게 장식한 계순희는 오늘 자기의 선수시절이 흘러간 모란봉체육단에서 선수 후비(후대) 육성에 지혜와 열정을 다 바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유술(유도) 책임감독 사업을 하는 지금도 늘 유술복을 입고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열정 넘친 그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라 없이 누가 감독이고 선수인지 영 분간할 수 없다면서 감탄을 금치 못한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1979년생인 계순희는 평범한 사무원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남다른 신체조건 덕에 어려서부터 선진적인 체육 교육을 받았고 16살에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그러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48㎏급에서 최연소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당시 계순희는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일본의 다무라 료코를 꺾고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이변을 일으켰다. 계순희는 이후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4차례 우승했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 52㎏급에서 동메달,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57㎏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거는 등 승승장구했다.

2015년에는 자신이 가르친 조선향 선수가 '세계 청소년 유도선수권대회' 여자 44㎏급 경기에서 우승해 지도자로서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계순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북한의 문화예술 부문 최고의 상훈으로 꼽히는 김일성상계관인을 비롯해 노력영웅, 인민체육인 등 칭호를 받았다. 2018년에는 국제유도연맹(IJ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이날 매체에는 계순희와 함께 건장한 체격의 남편, 딸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함께 배드민턴을 치는 모습도 공개됐는데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가정을 꾸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 들어 전국에 체육 시설을 늘리고 체육 관련 TV 중계와 신문 보도를 늘리는 등 스포츠 분야 육성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체육 경기를 통해 주민들의 애국심을 자연스럽게 끌어내고 스포츠 열기를 고조시켜 정치적 불만을 분산하는 통치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