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어린이 연간 10만명 에이즈 감염돼 사망"

에이즈 퇴치 노력서 소외…임신·출산·수유로 감염
NYT "전파 가능성 적다고 방치…감염자 절반만 치료받는 실정"
아프리카에서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와 이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퇴치하려는 노력이 진전을 이뤘지만 어린이들은 여전히 소외돼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아프리카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한 HIV 치료는 상당한 성공을 거둔 데 비해 어린이 감염은 여전히 진단도 치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어린이들은 보통 HIV에 감염된 어머니의 임신·출산·모유 수유 과정에서 전염되는 경우가 많다.

아프리카에서는 지난 20년간 이 같은 어머니-자녀 간 전염을 막으려는 노력이 진지하게 이뤄졌지만 아직도 연간 13만명 아기가 치료약 부족이나 감염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등의 문제로 HIV에 감염되고 있다. HIV에 감염된 어린이들은 치료 과정에서 다시 좌절을 맛본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에 따르면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 성인 HIV 감염자 가운데 76%가 치료를 받고 있지만 어린이 감염자는 약 절반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한 해 동안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 에이즈로 사망한 어린이는 9만9천명에 이른다. 이 지역에서 HIV에 감염된 어린이와 청소년은 모두 240만명으로 추산되지만, 감염자로 확인된 경우는 그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 12개국에서는 데이즈가 청소년 사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의 글로벌 HIV·에이즈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아누리타 베인스는 "지난 10년간 국제사회의 에이즈 대응은 전염 통제에 초점을 맞췄고 수많은 성인 환자들이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HIV를 퍼트리지 않는다고 여겨져 우선순위에서 빠졌으며 거의 잊힌 지경이 됐다"고 말했다.

베인스는 "HIV 감염 어린이들은 성인보다 발견하기 어려우며 진단과 치료 수단도 (성인보다) 적다.

또한 감염 아동이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면 보호자에게 의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동의 HIV 감염을 줄이려면 우선 임신·출산 과정에서의 어머니-자녀 간 전염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

HIV 감염률이 높은 사하라 이남 지역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모든 임신부가 임신 초기와 분만 전에 HIV 검사를 받아 양성일 경우 필요한 치료를 받게 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갖춰져 있지만 현실과 제도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HIV 진단 기기와 치료약이 부족하고 전문인력도 모자라 산모가 제때 검사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수년 동안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런 상황이 더 악화했다.

케냐에서 가장 HIV 감염률이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인 미고리의 경우 몇 년째 HIV 진단기기를 갖춰놓지 못한 병원도 많다.

유니세프 HIV·에이즈 프로그램의 나이로비 지역 자문인 로리 굴래드는 "(정책) 의도는 좋지만 인프라와 자원, 교육, 인력 수준은 필요한 만큼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필요한 자원이 있어도 HIV에 감염된 어린이들이 제때 진단과 치료를 받기는 쉽지 않다.

어린이들은 보통 어머니가 양성으로 확인되는 등 HIV 바이러스 노출이 의심될 경우에 검사를 받게 된다.

나머지는 심하게 아프게 된 이후에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병원을 여러 번 찾더라도 어린아이들이 HIV에 걸렸을 가능성을 의료진이 간과해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HIV 양성 판정을 받은 어머니가 사회적 낙인을 우려해 가족 등 주변에 감염 사실을 숨기면서 자녀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