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초대 상무장관이 '픽(pick)'한 美 바이오텍은?

로스 스팩, 퇴행성 뇌질환 기업과 합병
트럼프 행정부에서 초대 상무부 장관을 지낸 윌버 로스가 이끄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기업인수목적회사(SPAC)가 퇴행성 뇌질환 진단·치료제 개발 바이오텍과 합병한다.

19일 외신에 따르면 뉴욕증시에 상장된 SPAC '로스 에퀴지션(ROSS Acquisition)'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바이오텍 아프리노이아와 합병한다. 합병으로 2억8000만달러(약 3500억원)가 아프리노이아에 유입된다. 이 자금은 제품 개발에 사용된다.

로스 전 장관은 조건부 지분전환(convertible note) 형태로 개인 자금 750만달러(약 93억원)를 투자한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최대 1250만달러(약 155억원)의 자본 투입을 한다.

거래 마감 시점은 올해 상반기로 예상된다. 합병 회사의 기업가치는 3억1960만달러로 추정된다.로스 에퀴지션의 대표로 있는 로스 전 장관은 미국 월가에서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우리나라 외환위기 당시 한라그룹 등 한국 기업의 구조조정에도 참여했다.

월가의 억만장자로 알려진 그가 택한 아프리노이아는 퇴행성 뇌질환 양전자단층촬영(PET) 진단업체다. 주력 제품은 'APN-1607'로, 타우 PET 이미지 트레이서(tracer)다. 뇌 속 타우 단백질 분포와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 인수된 셀진, 바이오젠과 비독점 기술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이번 SPAC 합병과 함께 중국의 대형 제약사에 현지 권리를 이전한다고도 밝혔다. 어떤 회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아프리노이아 측은 로스 에퀴지션과의 합병 배경에 대해 "리드 제품인 APN-1607을 중국에서 상용화하는 데 필요한 자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번 중국 기술 거래로 선급금 800만달러, 향후 매출의 최대 15%를 성과기술료(마일스톤)와 기술사용료(로열티)로 지급받는다.

흥미로운 건 로스 전 장관이 과거 중국 정부가 입국금지 등의 제제 조치를 내린 미국 인사 중 한 명이라는 점이다. 미국 의약품 전문매체 엔드포인트뉴스는 "내년 중국 허가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 정부가 지난 2021년 로스 전 장관을 제제한 적이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APN-1607는 현재 중국에서 임상 3상 중이다. 미국에선 3상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에서는 임상 2상 중이다.APN-1607 외에 타우항체 후보인 'APN-005'은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타우의 중간 영역에 있는 에피토프(항원결정기)를 표적한다. 이 에피토프는 타우 응집체에만 나타난다고 한다.

로스 전 장관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에자이와 바이오젠의 아밀로이드베타 표적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레카네맙을 언급하며 "아프리노이아의 타우 접근법은 잠재적으로 레카네맙 같은 아밀로이드베타 기반 제품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노이아의 최고의료책임자(CMO)인 브레드포드 네이비아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에자이에 근무하며 레카네맙 개발에 참여했다. 아프리노이아는 2021년 시리즈C 4000만달러, 2018년 시리즈B 111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시리즈C 투자에는 국내 다올인베스트먼트, IMM도 참여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