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도사' 빈대인, 160兆 BNK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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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금융 차기 회장 내정“겉은 부드러워 보이지만 속은 단단한 외유내강 인물이다.”
금융위기때 혁신부장 맡아
지주사 전환 등 진두지휘
지방銀 첫 모바일뱅크 출시
비은행 계열사들 실적개선
학연 등 파벌갈등 해결 과제도
자산 160조원의 지방 최대 금융지주인 BNK금융을 이끌 제4대 회장으로 내정된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62·사진)에 대한 주변 인사들의 평이다. 경남 남해 출신인 빈 회장 내정자는 부산 동래원예고와 경성대를 나와 ‘부산상고·동아대·부산대’가 주류인 부산은행에서 학연·지연에 얽히지 않고 실력으로 은행장까지 올랐다. 지역은행 최초로 모바일뱅크를 출시하는 등 ‘디지털 전도사’로 꼽히는 그가 지방 금융지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디지털 전략 수립과 함께 파벌 갈등 타파 등 조직문화 개선에 힘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위기 때마다 소방수 역할
빈 내정자는 1988년 부산은행에 입행하며 금융권에 첫발을 내디뎠다. 또래보다 늦은 나이(28세)였지만 성실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동기들보다 빠른 승진 코스를 밟았다. 이장호 부산은행장에게 발탁돼 2006년 은행장 비서팀장을 맡으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은행 핵심 요직으로 꼽히는 인사부장도 3년이나 지냈다.그는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해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경영혁신부장을 맡아 지주사 전환과 업무 효율화 작업을 총괄했다. 부산은행의 디지털 금융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은 2016년엔 디지털 부문을 총괄하면서 모바일뱅크 ‘썸뱅크’를 출시했다. 성세환 지주 회장 퇴진 여파로 BNK금융이 흔들리던 2017년 부산은행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같은 해 9월 부산은행장에 취임해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빈 내정자는 “BNK에 어떤 도움이 될까가 삶의 기준이었다”며 “BNK와 지역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수도권 쏠림과 빅테크의 공세 속에 지방 금융지주인 BNK금융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로 지난해 3분기까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순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6%, 11% 늘었다. 하지만 BNK투자증권은 순익이 50% 줄어드는 등 비은행 계열사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BNK금융 임원추천위원회가 부산은행장 시절 썸뱅크를 앞세워 전국구 은행으로의 도약을 추진한 빈 내정자를 차기 회장으로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파벌 갈등 등 해결 과제도
빈 내정자가 풀어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폐쇄적인 내부 승계 구조와 파벌 갈등’이 대표적이다. BNK금융은 회장 후보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한정해 폐쇄적이란 지적을 받은 뒤 수정했다.파벌 갈등은 뿌리가 깊다. BNK는 2011년 지주사 출범 이후 초대 CEO인 이장호 회장(부산상고·동아대)과 2대 성세환 회장(배정고·동아대), 3대 김지완 회장(부산상고·부산대)을 거치며 부산상고와 동아대, 부산대 출신 사이에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특정 대학, 고등학교 등의 파벌을 중심으로 내부에서 갈등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고 지적했다. 파벌 싸움에서 자유로운 빈 내정자가 향후 계열사 CEO 인사에서 학연·지연을 배제한 인재 등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는 인사와 관련해선 “급격한 변화보다는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두고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전임 회장들의 불명예 퇴진 역사도 끊어야 한다. 이 회장은 장기 집권과 특정 학교 출신 임원이 많다는 당국의 지적 이후 퇴임했고, 성 회장도 주식 시세 조종 혐의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김 회장 역시 아들이 근무한 증권사에 계열사 채권을 몰아줬다는 의혹 등으로 조기 사퇴했다.
■ 약력
△1960년 경남 남해 출생
△1979년 부산 동래원예고 졸업
△1988년 부산 경성대 졸업
△1988년 부산은행 입행
△2006년 비서팀장
△2008년 경영혁신부장
△2015년 신금융사업본부 부행장
△2016년 미래채널본부 부행장
△2017년 9월~2021년 3월 부산은행장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