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전세가율 50% 밑돌라"…떨고 있는 강남4구

12월 동남권 전세가율 56%대
서울 주요 권역서 낙폭 최대
대치동 쌍용1차 22.9% 불과
올 2만가구 '입주 폭탄'도 예고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전세가율(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이 최근 60%를 밑돌고 있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의 전세가율 하락세가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19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8.9%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13년 10월 이후 작년 10월까지 60%대를 유지하다가 11월 50%대(59.7%)로 떨어진 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권역별로는 강남 4구가 속한 동남권이 57.8%에서 56.5%로 낙폭이 가장 컸다. 이어 서남권이 같은 기간 61.0%에서 60.2%로 0.8%포인트, 도심권(58.0→57.5)과 동북권(59.4→58.9)은 각각 0.5% 떨어졌다.

개별 단지의 전세가율이 구 평균보다 낮은 경우도 많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1차’ 전용 83㎡는 지난해 11월 6억4000만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같은 해 6월 동일 평형의 매매가는 27억9000만원이었다. 전세금이 매매가의 22.9%에 불과한 셈이다. 서초구 서초동 ‘신동아1차’ 전용 132㎡는 지난달 7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해 8월 기준 매매가(29억원)의 25.8% 수준이다.

이같이 전셋값 하락 속도가 매매가보다 빠른 것은 기존 전세 수요자가 월세를 더 선호하는 데다 계약갱신 거래가 늘면서 신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2020년 7월 말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계약갱신 거래가 증가했고, 월세를 찾는 수요자가 증가하면서 전세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강남권과 같이 매매가가 비교적 덜 떨어진 지역에서 전세가율 하락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동남권에 예정된 입주 물량이 2만 가구에 달해 전셋값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치구별로 서초구 4077가구, 강남구 1만1593가구, 송파구 1606가구, 강동구 2631가구 등 총 1만9907가구가 입주자를 맞을 예정이다. 강남구 ‘대치푸르지오써밋’(489가구), 서초구 ‘르엘 신반포 파크애비뉴’(330가구) 등이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지난 1·3 부동산 대책에 규제지역인 강남 3구도 실거주 의무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며 “올해 서울 임대차 시장에 전세 물량이 대폭 늘어나는 만큼 전셋값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