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 지나면 버려진다"…회전초밥집 초밥의 비밀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日 1위 최대 회전초밥 스시로 완전분석②

40분 돌면 자동폐기되는 초밥
버리는 양 줄일수록 가격 낮추고 질 높일수 있어
비용절감·규모의 경제에서 판매량 예측으로
간사이의 잿방어·간토 참치 등 지역차 대응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참치 붉은살(아카미) 초밥 1접시를 단돈 100엔(지난 10월 120~150엔으로 가격 인상)에 내놓는 회사가 이렇게까지 정보기술(IT)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컨베이어 벨트 위 초밥은 손님이 집을 때까지 하염없이 돌지 않는다. 참치 초밥은 컨베이어벨트 위를 350m(약 40분) 돌 동안 선택받지 못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모양과 신선도, 맛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마요네즈가 들어간 초밥은 금방 굳기에 270m를 돌면 폐기된다.고객이 초밥을 집었는지, 선택받지 못하고 버려졌는 지를 접시에 내장된 IC칩으로 파악할 수 있다. 스시로도 다른 일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비용 절감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판매 가격을 최대한 끌어내렸다.
참치를 마리째 통째로 사들여 초밥 재료로 쓰지 않는 머리와 꼬리 부위는 참치라면의 다시나 김말이 원료로 썼다. 새우와 닭고기, 문어 등 재료를 시간대별로 나뉘어진 칸에 넣기만 하면 자동으로 튀겨주는 튀김기를 썼다.

대당 150만~250만엔 하는 초밥용 밥(샤리) 제조 로봇도 도입했다. 샤리 로봇은 초당 1개씩, 1분에 60개의 정확히 같은 양과 뭉침 정도의 초밥용 밥을 쥔다. 덕분에 당일 채용된 직원도 초밥용 횟감(네타)을 얹어서 1분에 10개의 초밥을 만들 수 있다. 손님은 주문한 지 늦어도 3분 이내에 앉은 자리에서 초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맛있는 초밥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버려지는 초밥을 줄이는 것이라는 게 스시로의 결론이다. 버려지는 초밥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팔릴 만큼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팔릴 만큼만 만들려면 초밥이 종류별로 정확히 몇 접시씩 팔리는지 예측하는게 중요했다. 스시로가 일찌감치 빅데이터와 AI로 눈을 돌린 이유다. 스시로의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다. 경쟁사들은 30% 수준이다. 횟감과 초밥쌀을 구입하는데 경쟁사보다 더 많은 비용을 쓴다는 의미다. 그만큼 버려지는 초밥을 줄이는게 더 중요했다.
데이터가 쌓이면서 지역색이 강한 일본 전 지점에 대한 맞춤형 대응까지 가능해졌다. 간토 지역은 참치, 간사이 지역은 간파치(잿방어)를 가장 선호한다. 나고야를 경계로 동쪽은 짠맛, 서쪽은 단맛을 선호하는 것도 지역차다.1위 에베쓰점을 포함해 연어초밥 판매량 10위 가운데 8곳은 홋카이도에 몰려있다. 연어 주산지답게 홋카이도 주민들 사이에서 연어 초밥의 인기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점은 2019년 12월31일 일본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해넘이 소바를 먹는 일본의 다른 지역과 달리 이 지역은 해넘이 초밥을 먹는 관습이 있기 때문이다.
AI를 활용한 판매예측 시스템을 통해 스시로는 2023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경상이익을 전년 대비 19억엔(약 182억원)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영업이익(101억엔)의 20%에 달한다. 스시로는 2011년 998억엔의 매출을 올려 회전초밥 체인 1위에 올라선 이후 올해(2813억엔)까지 11년 연속 매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일본의 만성 인력난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좌석 수 236석의 오사카 난바암자점은 스시로 최대 점포 가운데 하나다. AI 예측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이 지점은 종업원이 22명에서 15명으로 줄었다.

올해부터 화상회계시스템도 도입했다. 고객이 선택하는 접시의 색깔과 숫자를 파악해 식사를 마치면 자동으로 가격이 계산되는 시스템이다. 다나카 홍보부장은 "매장 전체에 카메라와 센서를 설치해야 하는 아마존의 무인매장 '아마존고'와 달리 기존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해 비용부담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스시로의 비밀기지 스튜디오는 다양한 IT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오늘날 회전초밥집의 카메라와 센서는 고객이 먹은 접시 숫자를 세는 수준을 넘어 가격을 나타내는 빨간, 까만, 노란 접시를 따로 인식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하지만 가리비와 관자 초밥 만은 고객의 자리까지 제대로 배달이 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했다. 물기가 많은 횟감은 수분이 센서의 전파를 차단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스시로는 전파의 강도와 센서의 부착위치를 조정해 문제를 해결했다. 실제 회전초밥집과 똑같은 환경으로 설치한 스튜디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숱하게 반복되는 실험에 실제 횟감을 쓰면 아깝기 때문에 물을 묻힌 종이나 물을 따른 종이컵으로 전파 전달도를 실험한다고 스기하라 부장은 말했다. 스시로는 자사 사업에 다양한 IT를 접목시키는 이유가 첨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가 아님을 여러차례 강조했다.미즈토메 고이치 푸드앤드라이프컴퍼니(스시로 운영사) 대표는 “여러가지 기술이나 데이터,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기술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IT기술을 활용하는 목적은 손님들이 맛있는 초밥을 쾌적한 공간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