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전쟁 칼 빼든 삼성디스플레이…美 ITC에 부품 도매업체 대거 제소

도매 업체, 中 생산 패널 납품
'다이아몬드 픽셀' 등 특허 침해
"출처 불명…수입금지해야" 요청

삼성디스플레이 "IP 보호 노력"
中업체 추격 막기 위해 강경대응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전자부품 도매업계에 칼을 빼 들었다. 자사 핵심 특허를 무단으로 침해한 모바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사후서비스(AS) 등의 용도로 사용한 것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그간 공공연하게 자행돼온 지식재산권(IP) 침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美 디스플레이 부품업계와 소송전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미국 부품 도매업체가 외부 디스플레이의 부품과 패널을 활용할 수 없도록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제기 대상은 모바일센트릭스와 인저드가젯, DFW 셀폰&파츠 등이다.

이 업체들은 미국 내 수많은 사설 수리업체에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과 애플 아이폰 등 수리용 디스플레이 패널을 대량으로 납품해 왔다. 문제는 해당 제품이 삼성디스플레이의 ‘다이아몬드 픽셀’ 등 핵심 특허를 상당 부분 침해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패널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제조사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출처 불명의 제품”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소송 제기의 근거로 미국에서 IP 보호 수단으로 자주 이용되는 미국 관세법의 337조를 들었다. 이 조문에는 미국에 등록된 특허, 저작권, 등록상표 등을 침해하거나 위장으로 이를 숨기는 행위를 수입 무역에서 불법행위로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외국 기업의 IP 보호에 적극적인 국가”라며 “삼성을 비롯해 글로벌 업체들이 최근 들어 특허를 침해한 업체를 대상으로 직접 해당 국가에 제소하는 것보다 337조를 근거로 미국으로의 수입 길을 차단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IP 무기 삼아 중국 경쟁사 견제

ITC가 삼성디스플레이 손을 들어줄 경우 제조사의 공식서비스센터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등 미국 내 수리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자체 AS서비스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미국 스마트폰 수리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며 “제품과 브랜드의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제조사가 불분명한 디스플레이 부품을 사용하는 관례를 없앨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IP를 지키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OLED 관련 특허를 확보하고, 특허 침해에는 강력하게 대응해 후발주자인 중국 기업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번 소송 역시 특허 보호를 위한 법률적 조치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축적된 IP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OLED 기술을 지키고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조치를 강구하고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