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포럼'은 어떻게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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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연초가 되면 세계의 시선은 스위스의 휴양도시 다보스로 몰린다. 세계적인 기업인, 경제학자, 정치인 등이 참여하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연차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을 주제로 열린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5대 그룹 총수가 총출동하며 더욱 화제가 됐다. 1971년 시작된 세계경제포럼은 국제 민간 회의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행사다. 포럼에서 논의된 사항은 주요 국가들의 정책에도 즉각 영향을 미친다. 2016년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아젠다로 선정하고 난 후 4차 산업혁명이 글로벌 리더들이 반드시 이해해야만 하는 주요 개념으로 등장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경제포럼: 세계 권력의 배후
(World Economic Forum: Die Weltmacht im Hintergrund)
금융전문가가 분석한 '세계경제포럼'
1971년부터 권력 지도자들을 초대해
네트워크로 연결…국제정상회담급 성장
배타적 운영에 '그들만의 리그' 비판도
초청된 사람만 참석할 수 있는 배타적 회의라는 점에서 ‘부자들의 잔치’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비영리 민간 재단이 주도하는 연차회의가 이토록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포럼을 이끄는 클라우스 슈밥은 어떤 인물일까. 최근 독일 서점가에서는 세계경제포럼을 비판하는 책이 여러 권 동시에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세계 권력의 배후>, <다보스의 문어들(Die Krake von Davos)>, <다보스의 남자들(Die Mnner von Davos)>, <영 글로벌 리더(Young Global Leaders)> 등이다.아마존 베스트셀러 금융 분야 1위에 오른 <세계경제포럼: 세계 권력의 배후>는 금융 전문 저널리스트 에른스트 볼프가 썼다. 그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월스트리트가 어떻게 금융 권력을 휘둘러 정치 권력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는 기사와 책을 써 주목받았다. 이번에는 세계 권력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세계경제포럼의 역사와 권력의 배후를 추적해 소개한다. 50년 넘게 정치·경제·문화·언론·과학·종교 그리고 비정부기구(NGO) 지도자들을 초대해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국제 정상회담 규모로 성장한 조직의 비밀을 추적한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세계화’와 ‘자본주의의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조직의 궁극적인 목표를 밝혀내면서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소수 엘리트에 의해 세계의 진로가 결정되고 있음을 폭로한다.
저자는 세계경제포럼이 1993년부터 ‘내일을 위한 글로벌 리더’ 또는 ‘영 글로벌 리더’를 선정해 발표하면서 정치와 경제 엘리트를 육성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마윈, 앙겔라 메르켈, 에마뉘엘 마크롱, 빅토르 오르반, 블라디미르 푸틴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하는 인물이다. 이들은 포럼이 맺어준 인연으로 서로 긴밀하게 교류하며 이익을 주고받는다. 세계경제포럼이 자본주의 확대에 기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에서 결정하고 실행하는 방식은 민주주의를 무시하거나 파괴하는 것은 아닐까. 독일에서 세계경제포럼을 비판하는 책들이 동시에 출간된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