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노산 추세…英도 산모 평균나이 30.9세 역대 최고

40대 산모, 10대의 2배…50년 전엔 10대 산모가 40대 9배
합계출산율 1.55명 역대최저…51.3%는 혼외출생, 한세대 만에 2배
세계 각국에서 노령 산모 증가가 확고한 흐름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영국에서도 산모 평균나이가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고 더타임스, 데일리메일 등 현지언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2021년 아이를 낳은 잉글랜드와 웨일스 여성들의 평균 나이는 30.9세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38년 이래 가장 높았다.

이는 1973년 26.4세에 비교하면 50년 만에 4.5세 상승한 것이다.

영국 산모의 평균 연령은 1973년 이래 반세기 동안 줄곧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같은 기간 아버지의 나이는 29.4세에서 2021년 33.7세로 반세기 만에 4.3세 상향됐다.

산모들의 고령화 추세 속에 40줄에 접어들어 아기를 낳는 여성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영국에서 2021년 40∼44세 산모에게 태어난 아기는 2만8천478명, 45세 이상 산모가 낳은 아기는 2천64명에 달했다. 반면, 같은 시기 20세 미만의 엄마가 낳은 아기는 1만3천739명으로, 40대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의 절반에 못미쳤다.

반세기 전에는 10대 산모가 40대 산모의 9배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역전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여성들의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20대에 일찌감치 가정을 꾸리기보다는 직업에 매진하려 하는 여성이 늘고 있고, 자녀 양육비 같은 경제적 부담 등으로 인해 출산을 뒤로 미루는 부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가족법 전문가인 캐이티 웰튼-딜런은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여성들은 어릴 때 결혼해 곧바로 아이를 가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그런 모델은 점차 변모하고 있다"며 "이번 통계는 직업 기회 확대와 의학 발달 덕분에 모성에 격변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공수정 등 의학 기술의 발달로 과거에 비해 고령 임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출산 연령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짚었다.

출산 연령은 역대 최고로 치솟은 반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 출산율은 1.55명으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ONS는 밝혔다.

한국의 경우 2021년 합계출산율은 0.81명이다.

이같은 합계 출산율은 이민 등의 변수 없이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 출산율(2.1명)을 밑도는 것이다.

영국은 1972년 2.7명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대체 출산율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출산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2021년 사산아는 1천명당 4.1명 꼴로, 전년 3.8명에 비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대 산모는 1천명 당 5.9명 꼴로 사산아를 낳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ONS는 또한 2021년 출생아 62만4천828명 가운데 51.3%에 해당하는 32만713명은 결혼이나 동성 간에 인정된 혼인 관계를 통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1988년 전체의 26%에 불과했던 혼외 출생이 한 세대 만에 두 배가량 증가해 전체 출생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영국의 혼외 출산율은 프랑스(62.2%), 불가리아(59.6%), 노르웨이(58.5%), 포르투갈(57.9%), 슬로베니아(56.5%), 스웨덴(55.2%), 덴마크(54.2%), 네덜란드(53.5%)에 이어 유럽 9위이다. ONS는 혼외 출생자 증가가 혼인율의 감소, 동거 커플의 증가라는 오랜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결혼식 자체가 어려워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