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일즈 외교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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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북미·유럽에 수출 쏠려국제통상 질서가 전환하고 있다. 다자주의를 기반으로 국제무역 질서를 지탱해 온 세계무역기구(WTO)가 쇠퇴하고 새로운 경제 생태계가 대두하고 있다. 자유무역주의가 후퇴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통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질서 재편의 결정적 동인은 미·중 전략 경쟁이다. 미국은 작년 반도체과학법(CHIPS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첨단기술 및 제조 분야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칩4 동맹, 미국·유럽연합(EU) 무역기술위원회(TTC), 미주파트너십(APEP), 북미 3국 간 반도체포럼을 가동해 지역별 신통상질서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미·중 경쟁은 인권 등 가치와 체제 경쟁으로 확대, 심화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도 동맹, 진영 간 블록으로 재편될 것이다.
통상 외교로 무역 다변화해야
박희권 한국외대 석좌교수
통상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발표된 작년 한국의 무역수지는 충격을 줬다. 적자 규모가 472억달러로 역대 최대에 달했다. 문제는 올해 수출 전망도 어둡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장애가 될 것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1.7%로 대폭 낮췄다.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 중국, EU의 경기 둔화 내지 침체 가능성이 커 수출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위기가 없었던 적이 없다고 하지만 유례없는 위기임에 틀림없다. 어떻게 해야 수출을 확대하고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까?먼저, 수출시장과 품목 다변화가 중요하다. 작년 아시아, 북미, 유럽 수출은 90%에 육박했다.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수출은 각각 2.5%, 3.9%, 1.6%에 불과했다. 심각한 편중이다. 작년 적자 원인이 주력 시장인 중국, 동남아시아, 일본으로의 수출 부진에 있음을 감안할 때 시장 다변화는 시급하다. 중동에서는 원전과 인프라 진출 전망이 밝고 중남미는 에너지, 자원, 방산 분야에서 신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2050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점할 ‘젊은 대륙’ 아프리카는 지구촌 마지막 성장동력이다. 올해 인구가 중국을 추월할 인도는 중국의 대안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 다변화는 위험 분산과 함께 미래 고객 발굴에 기여한다.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인식에서 탈피해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다변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품목 다변화에 중요한 것은 기술 경쟁력이다. 기술은 산업구조와 시장 환경을 변화시키고 국제무역을 주도한다. ‘기술격차이론’에 의하면 기술격차가 무역을 발생시킨다. 정부는 첨단산업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투자를 선도하고 기업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산업의 디지털, 그린 전환을 통해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신주력 산업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작년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12개 전략기술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세일즈 외교다. 방산, 원전, 해외 건설, 플랜트 등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서는 정상회담 등 활발한 경제외교가 뒷받침돼야 한다. 개방경제인 한국이 EU 등 많은 국가와 협력해 보호주의 확산을 막고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가 유지되도록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세일즈 외교가 성과를 거두려면 현지화 전략이 필수적이며 중심에는 재외공관이 있다. 재외공관은 금융, 인증, 마케팅 등 중소기업이 수출 현장에서 겪는 애로 해소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