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택 탈출하고 싶어요"…또 포기했다 [정원우의 부동산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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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 산 아파트가 애물단지로대기업에 20년째 다니는 이용재 부장(가명)은 용인 수지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
2021년 종부세 1,200만원 폭탄
가격하락·거래절벽에 매도 포기
부모님의 지원없이 신혼 때부터 맞벌이로 열심히 모았다. 부동산으로 돈 벌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이리 저리 이사를 다니다보니 '비자발적' 2주택자가 됐다. 재작년 종부세 1,200만원 폭탄을 맞았다. 주변에서는 '그만큼 집값이 올랐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고 했지만, 손에 잡히는 돈은 없고 나가는 세금은 '생돈'이었다.
최근 집값 하락에 이 부장은 "머리도 빠지고 체중도 늘었다"고 푸념했다.
[부동산라이브(Live)] 우리 주변의 생생한 부동산 이야기를 전합니다. 실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각색을 거쳤습니다.
● 신혼집이 애물단지로
14년 전, 이 부장은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에 신혼집을 장만했다.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미분양 아파트를 3억7천만원에 산 것이다. 1년 정도 살던 중 서울로 발령이 났다. '나중에 팔면 되겠지' 급한대로 서울에 전세를 구했다. 틈틈이 보라동 아파트의 매도를 시도했으나 집값은 2억원대에서 10년 넘게 요지부동이었다. 애물단지였다.
2018년 용인 수지에 집을 샀다. 용인에만 2채, 합쳐서 공시가격은 12억원이 넘는다. ● 양도세 피하려다 종부세 폭탄바야흐로 기회가 왔다. 2020년 하반기, 보라동 아파트가 호가 6억원까지도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3억7천에 사서 6억이면 괜찮지' 매도를 알아봤다.
'실거주 2년'을 채우지 못했던 것이 발목을 잡았다. '양도세 중과'로 세율이 70% 정도 나온다고 들었다. 잘 팔아서 2억3천만원을 남긴다고 해도 1억6천만원은 세금을 물게 생긴 것이다.
10년의 세월, 꼬박꼬박 낸 대출이자를 생각하니 아까웠다. 2주택 탈출 시도를 일단 접었다.
그렇게 매도 타이밍을 놓치고 2021년 종합부동산세 고지서에는 1,200만원이 찍혀왔다. 용인시 기흥과 수지, '투기과열지구'에 2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에게에게 자비란 없었다.
정권이 바뀌고 용인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작년 종부세가 100만원대로 확 줄어든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 한숨 돌리니 이자·관리비 폭탄
이 부장은 작년 8월 또 보라동 아파트 매도를 시도했다.
2억원 대출을 받아 나가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줬다. 첫달에 50만원 정도 내던 이자는 금리 상승과 맞물려 몇 달만에 100만원으로 불어났다.
마음은 급했지만, 집값 하락·거래절벽에 매수 문의조차 없었다. 비어있는 아파트에서 매달 30만원씩 청구되는 관리비도 이 부장의 몫이었다.
결국 매도를 포기하고 다시 세입자를 구했다. 깎고 깎아 공실 6개월 만에 세입자를 들였다. 2억원 중반대의 전세금은 10년 전 가격이었다.
이 부장은 전세 끼고 매도를 다시 시도할 예정이다. ● 되살아나는 '버블세븐' 악몽
지난 2006년 집값 급등기에 용인은 강남과 서초, 송파, 양천, 분당, 평촌과 함께 이른바 '버블 세븐'으로 꼽혔다. 정부의 집중 관리를 받았지만, 인기지역이라는 반증이었다.
'버블'의 대가였을까. 용인은 한때 미분양이 8천가구('15년 11월 8,156가구, 아실)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잃었다.
2018년부터는 집값 대세 상승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호재로 인기를 다소 회복했다. 아파트실거래가 '아실'에 따르면 수지구는 2018년 1만1,238건, 2020년에는 1만353건의 아파트 매매가 이뤄질 만큼 활기를 찾았다.
하지만 지난해 수지구의 매매는 1,086건에 그쳤다. 기흥구 역시 매매 거래가 2020년 1만1,215건에서 2021년 5,403건, 지난해 1,144건으로 주저앉았다.정부는 지난해 11월 용인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했다. 올초 '1.3 규제완화 대책' 발표 이후에도 가격하락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용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16일 기준 -0.83%로 전주(-0.73%)보다 하락폭을 키웠다. 정원우기자 bkju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