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건강] 설연휴 갑자기 열나는 우리아이…병원 가야할까

"'열성경련·40도 이상 고열·대소변 이상' 땐 바로 병원 찾아야"
"목막힘 땐 하임리히법 도움…탈구도 빠른 응급처치 필요"
설 연휴에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 부모는 당황하게 된다. 따라서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집을 떠나기 전 주요 응급상황에 대비해 미리 대처 요령을 알아두는 게 좋다
◇ 발열 증상 잘 살펴야…'5일 이상·대소변 이상'은 위험신호
21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명절 연휴에 소아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발열이다.

한 조사에서는 명절 기간 발열로 병원을 찾은 전체 환자 중 9세 이하 환자가 55.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발열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몸에 침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면역반응이다. 보통 아이의 체온이 38도 이상이면 발열로, 39~40도 이상이면 고열로 본다.
아이에게 열이 난다고 해서 무조건 해열제를 먹일 필요는 없다.

다만, 아이가 발열로 힘들어하거나 기저질환이 있다면 서로 다른 성분의 해열제를 4~6시간 간격으로 교차 복용하는 방법을 써볼 수 있다. 하지만, 지속되는 열의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 해열제를 먹인 뒤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아이가 열이 나면서 경련발작이 있는 경우에도 해열제가 경련을 막아주지는 못하지만 힘들어하는 아이의 상태를 완화해줄 수 있다.

다만, 이런 열성경련이 5~10분 이상 지속되거나 24시간 이내 재발한 경우에는 최대한 빠르게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병원에 갈 때는 아이의 상태를 미리 꼼꼼하게 체크해 의료진에게 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변 색깔이 이상하거나 설사를 한다면 기저귀를 비닐에 싸서 가지고 가거나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 응급 처치에 도움이 된다.
또 열이 언제부터 시작돼 얼마나 지속됐는지, 그동안 아이가 어떤 약을 먹고 있었는지 등도 세세하게 기록해 전달하면 좋다.

소아 전문 우리아이들병원 정성관 이사장은 "평소 아이의 건강에 이상이 없었고, 고열이 아니라면 무조건 병원을 찾을 필요는 없다"면서 "하지만 생후 3개월 미만인 경우, 5일 이상 발열이 지속되거나 40도 이상의 고열이 나는 경우, 열이 많이 나면서 기저귀를 하루에 4개 이하로 갈 정도이거나 8시간 이상 소변을 보지 않은 경우에는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무엇이든 잘 삼키는 아이들…'하임리히요법' 알아둬야
영유아에게 잦은 또 다른 응급상황 중 하나는 이물질 흡입에 의한 기도폐쇄다.

땅콩, 사탕, 장난감, 건전지 등 무엇이든지 무조건 삼키려고 하는 영유아의 특성 때문이다.

문제는 목에 무언가가 걸려도 아이는 아무런 표현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갑자기 얼굴이 새파래지면서 말을 못 하거나 쉰 목소리가 강하게 들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때 아이가 기침을 할 수 있고, 목을 감싸 쥐는 정도로 불편해한다면 완전히 기도가 막힌 것은 아니다.

이때는 힘차게 기침을 하게 해 이물질을 뱉어내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얼굴이 파랗게 변한다면 중증 이상의 기도폐쇄일 수 있는 만큼 즉시 119에 연락하고 '하임리히법'(복부 밀치기법)을 시행해야 한다.

기도가 막히면 3∼4분 이내에 의식을 잃고, 4∼6분이 지나면 뇌사상태에 빠지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하임리히요법은 아이의 뒤에서 한쪽 주먹을 배꼽과 명치 사이에 놓고, 다른 손으로 이를 감싼 뒤 강하게 환자의 흉부 쪽으로 압박을 가하는 방식이다.

다만, 1세 이하의 영아는 머리가 가슴보다 아래로 향하도록 엎드리게 한 뒤 손바닥으로 아기의 등 중앙부를 세게 5차례 정도 두드리는 방식으로 조치해야 한다.

이후 아이의 몸을 뒤집어 머리가 가슴보다 낮게 가도록 한 뒤 두 손가락으로 양쪽 젖꼭지 약간 아래를 4㎝ 정도 깊이로 강하고 빠르게 압박해야 한다.

하임리히요법을 했을 때는 아이의 복부에 강한 압박이 가해져 자칫 내부장기가 손상될 수 있으므로 치료 후 병원에서 장기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 눈·코·귀 이물질, 탈구도 빠른 응급처치 필요
눈, 코, 귀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응급 상황도 있다.

눈의 경우 이물질이 들어간 눈을 아래에 위치시킨 후 흐르는 물로 씻어 내는 게 중요하다.

특히 이물질이 화학약품이라면 실명 위험도 있는 만큼 최소한 15분 이상 충분히 세척해야 한다.

이물감이 계속된다면 양쪽 눈을 가린 채로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코에 이물질이 들어간 경우에도 우선 코를 풀게 해본 뒤 나오지 않는다면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무리하게 제거하다가 더 깊이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아이가 코가 막힌다거나 악취를 동반한 노란 코가 나오는 경우에도 자세한 관찰이 필요하다.

귀에 이물질이 깊이 들어갔다면 외이도와 고막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임의로 제거하려고 하다가 되레 이물질이 더욱 깊이 들어가기도 하는 만큼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설 명절에는 갑자기 팔이 안 움직이는 탈구 증상도 아이들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편이다.

부모가 아이와 놀이를 하다가 과도하게 손을 잡고 끌었거나, 웃옷을 갈아입히다가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다.

간혹 돌 전 아이의 경우는 뒤집기를 하다가 팔이 몸 아래에 깔려 탈구가 일어나가기도 한다. 정성관 이사장은 "탈구 증상은 병원에서 간단한 처치로 교정할 수 있다"면서 "탈구가 의심될 때는 아이의 팔을 주무르지 말고, 최대한 팔을 고정한 상태에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