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일 만에 무역적자 100억달러 넘었다

새해 첫 20일 동안에만 100억달러 이상의 무역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 적자인 지난해 8월(93억9000만달러 적자)을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대중(對中) 무역적자는 32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월 기준 중국과 무역적자가 가장 컸던 지난해 10월(12억6000만달러)의 세 배 수준이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20일 수출(통관 기준 잠정치)은 336억2000만달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345억5000만달러)와 비교해 2.7% 줄었다. 조업일수(16일)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했다.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내리 감소세다. 이달 최종적으로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다면 4개월 연속 역성장이다. 코로나19가 대확산했던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수입은 438억9000만달러로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9.3% 증가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02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4월부터 내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에도 최종적으로 적자를 내면 10개월 연속이다. 10개월 이상 연속 무역적자는 1995년 1월~1997년 5월 후 처음이다.

연간 기준 무역 상황이 사상 최악이었다는 지난해에는 1년 동안 472억3000만달러 적자를 냈는데, 올해는 20일 만에 100만달러 이상의 낸 셈이다.

품목별 국가별 수출입 현황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나쁘다. 한국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상황은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 지난 1~20일 반도체 수출액은 44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4.1%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줄었고, 지난해 11월부터는 감소폭이 계속 20%를 웃돌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가격이 급락한 결과로 풀이된다. 철강제품(-11.2%)과 정밀기기(-9.9%), 컴퓨터주변기기(-44.9%), 가전제품(-47.5%) 등의 수출액도 줄었다. 국가별로 보면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무역이 심상치 않다. 20일 만에 32억4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수출은 24.4% 줄고, 수입은 9.7% 늘어난 결과다. 대중 무역은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기 침체와 글로벌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이 주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러한 수출 감소 및 무역적자 확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 되고 있는데다 반도체 가격이 당분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수출이 지난해 대비 4.5%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무역적자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2년 이상 연속 무역적자를 낸 것은 1990~1997년이 마지막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