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글자에 담긴 의미…신간 '여자는 존재 자체로 낙인이었어'

여성을 뜻하는 한자 '여'(女)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무릎을 꿇은 모습을 본떠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남성을 뜻하는 '남'(男) 자는 밭에서 쟁기질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무릎을 꿇고 앉은 사람과 밖에서 일하는 사람, 그 차이가 문자에 오롯이 담겨 있는 셈이다.

칼럼니스트를 비롯해 문화예술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동해 온 오현세 씨가 쓴 '여자는 존재 자체로 낙인이었어'는 이처럼 문자에 담긴 여성의 의미를 고찰한 책이다.

저자는 한자의 원형으로 알려진 갑골문(甲骨文)에서 그 실마리를 찾는다. 중국 상(商) 나라 때 사용한 갑골문은 거북의 배 껍질이나 동물 뼈에 새긴 문자다.

저자는 "갑골문을 만든 사람들은 남자들이었고, 그 남자들은 '여'(女) 자를 모든 부정적인 개념을 표현하는 데 사용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여'(女) 자가 들어간 한자 가운데 수천 년간 남녀를 '세뇌'하는 데 영향을 줬으리라 생각되는 100여개를 추려 글자가 일종의 '낙인'으로 작용했다고 짚는다.
예를 들어 '며느리 부'(媍) 자는 여자 옆에 '부'(負) 자가 붙어 있다.

이 한자는 '짐을 지다', '떠맡다', '빚지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부담'(負擔)에서 이 한자를 쓴다.

저자는 '며느리 부' 글자 자체가 "시집 보내는 딸은 신랑 집에 떠맡기는 '짐'이니 딸을 보내는 집으로서는 신랑 집에 빚을 지는 일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꼬집는다. 책은 이 밖에도 '유혹한다', '음탕하다', '아첨하다', '질투하다' 등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한자에 '여'(女) 자가 포함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남성과 여성을 바라보는 고대 사회의 시각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하면서도, 이런 시각이 과연 오늘날 완전히 지워졌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남자도 여자도 변해야 합니다.

남자들은 착각에서, 여자들은 남성들이 주입한 시각에서 벗어나 5천 년간 무릎을 꿇고 있는 여자를 함께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
달콤한책. 356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