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방에서 설 떡국 먹길"…제기동에 배달된 연탄 1천장

청량리체육회, 재개발지역 어려운 이웃에 봉사
"자, 복 들어갑니다!"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좁은 골목에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점퍼 차림에 목장갑을 낀 이들이 골목 구석에 자리한 집까지 쉴 새 없이 연탄을 날랐다.

분주한 와중에도 주민들의 집 창고에 연탄을 내려놓을 때마다 덕담을 잊지 않았다.

청량리체육회장 안성호(66) 씨와 회원 5명은 이날 10가구에 총 1천장의 연탄을 직접 전달했다. 낙후한 재개발구역어서 아직 10여가구가 연탄을 땐다.

주민 김정임(77) 씨는 "보일러가 고장 났지만 재개발구역이라고 집주인이 고쳐주지 않아 연탄을 때고 있다"며 "연탄을 받아서 다행"이라고 기뻐했다.

안씨는 "떡국 꼭 끓여 드시라"며 김씨에게 떡국용 떡 2㎏도 선물했다. 그것도 부족했는지 돌아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김씨의 주머니에 10만원짜리 백화점상품권을 찔러넣었다.
전기사업체를 운영하는 안씨는 약 15년 전부터 청량리 일대에서 중고등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거나 실종아동의 가족을 도왔다.

이날 체육회원 자격으로 안씨와 함께 연탄을 나른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나주봉(66) 회장은 "안 회장이 지금까지 청량리 일대의 어려운 이를 위해 내놓은 돈이 수천만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체육회에서 김치 수천 포기를 담가 취약계층에 전달했다.

임대아파트나 열악한 동네의 노인정을 청소한 뒤 달걀을 나눠주거나 짜장면을 대접하기도 했다.
안씨는 "그간 (코로나19로) 봉사가 중단되는 바람에 안타까운 마음만 커졌었는데 설을 맞아 연탄과 떡을 나누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봉사를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연료 걱정 없이 따뜻한 방에서 뜨거운 떡국을 끓여 드셨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날 안씨와 함께한 이들은 앞으로 제기동과 청량리 일대에서 힘닿는 한 나눔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만우(63) 씨는 "옛날 갈비탕 집 시절에는 (취약계층에) 600그릇씩 대접했었는데 갈비로 업종을 바꾼 후로는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며 "이제부터는 매달 한 번씩 근처의 취약계층을 초대해 돼지갈비 30인분을 대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