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중국 설'도 훔쳐 갔다"…뉴진스도 피하지 못한 논란

다니엘 '차이니즈 뉴 이어' 썼다가 뭇매
나이키·애플·UN도 공공연히 '중국 설' 표기
서경덕 교수 "음력설로 써야"
걸그룹 뉴진스 멤버 다니엘. / 사진=한경DB
국내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다니엘이 설 명절을 '중국 설'(Chinese new year)이라고 표기해 논란이다. 뉴진스 뿐만 아니라 애플·나이키 등의 세계적인 브랜드도 중국 설로 표기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2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다니엘은 지난 19일 팬 소통 앱 '포닝'에서 "설날에 뭐해요?"(what r u bunnies doing for Chinese new year?)라고 물었다. 여기에서 설 명절을 '차이니즈 뉴 이어'(Chinese new year)라고 쓴 것이 논란이 됐다.다니엘은 결국 지난 21일 뉴진스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했다. 그는 "음력 설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여러 국가 및 지역에서 기념하는 명절이기 때문에 저의 표현은 부적절했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실망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버니즈와 많은 분께도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나이키가 공식 온라인 쇼핑몰에서 '중국 설'(Chinese New Year)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사진=서경덕 교수 SNS 캡처

반복되는 '중국 설' 표기 논란

중국 설 표기 논란은 매년 반복되는 해묵은 논란이다. 그런데도 고쳐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나이키는 온라인에 '중국 설'로 표기했다. 애플은 아이폰13으로 찍은 23분 분량의 영화를 공개하면서 제목에 Chinese New Year(중국 설)이라고 적었다.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제기구 유엔(UN)마저도 설 기념 우표에 '중국 음력'(Chinese Lunar Calendar)이라고 적었다. 중국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중국 설 문구를 넣었다. 이와는 반대로 대영박물관은 최근 '한국의 설'(Korean Lunar New year)라는 표현을 써서 중국인들에게 항의받았다.
사진=애플 유튜브 화면 캡처

서경덕 "'음력설'(Lunar New Year)로 쓰는 게 맞다"

중국 설이라는 표기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설 명절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베트남, 몽골 등 아시아권의 보편적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다분히 중국 중심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에 대해 자신의 SNS에서 "서구권 주요 도시의 차이나타운에서는 설을 맞아 큰 행사가 진행돼 왔고, 이에 따라 나라별 주요 뉴스의 한 장면으로도 많이 소개돼서 (설 명절이 'Chinese New Year'로 인식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또 "(중국 네티즌들이)중국 설도 훔쳐 가는 한국", "설은 중국인이 발명", "한국인 죽어라" 등등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말만 내뱉고 있다"며 "최근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의 좋은 문화는 다 중국에서 유래했고, 한국에서 먼저 훔쳐 갔다는 억지 주장만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작 중국에서는 음력 설을 '춘제'(春節) 라고 부르고, 영어로 번역할 때도 'Spring Festival'로 표현하고 있다"며 "상고시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축제에서 비롯됐다는 춘제는 사실 왕조가 교체될 때마다 개최 날짜도 자주 바뀌었다가, 약 2000년 전인 한나라 때부터 음력 1월 1일로 고정된 것이라고 한다. 즉, 설날과는 유래부터 의미까지 아예 완전히 다른 명절인 셈"이라고 말했다.서 교수는 그러면서 "중국인들의 삐뚤어진 중화사상과 문화 패권주의적 발상이 아시아권의 보편적인 문화를 중국만의 문화인 양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