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잭팟' 뒤엔 尹과 공감대 이룬 칼둔 '핫라인' 있었다(종합)

UAE측 '깜짝 선물' 암시…김대기, 물밑 협의서 "투자에 관심" 거듭 상기
환담서 '행운' 언급에 기대 고조…취재진 사전 질문엔 "인샬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국빈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300억 달러(약 37조 원) 투자 약속을 받아내기까지 양국 간의 긴밀한 막후 소통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자력 발전과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내세운 윤 대통령과 UAE 측의 지향점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상황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지난해 말 대통령 특사로 UAE를 방문했던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칼둔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 사이 '핫라인'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칼둔 행정청장은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회장을 겸임하는 실력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칼둔 행정청장을 여러 차례 만나며 양국간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하자는 뜻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칼둔 행정청장이 지난해 5월 윤 대통령 취임식에 경축 사절로 참석한 데 이어 9월 UAE 대통령 특사로 방한해 윤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공감대를 넓혀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런 바탕 위에서 김 실장이 정상회담 준비를 진두지휘했다"며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칼둔 행정청장과 핫라인을 통해 소통했다"고 공개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이 이미 칼둔 행정청장에게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하기 위해 많은 성과를 도출하라'고 지시한 상황이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김 실장은 칼둔 행정청장에게 "정상회담에서 투자 분야 의제에 가장 관심이 크다"고 강조했다.

수출 증진과 투자 유치로 복합위기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뜻을 반영한 셈이다. UAE 측도 일찍이 '깜짝 선물'을 암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UAE 측은 기획재정부 실무진과의 화상 회의에서 구체적인 투자 금액에 대해 함구했으며,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국부펀드 투자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을 UAE 측에 거듭 상기시켰다고 한다.

UAE 측이 정상회담 현장에서 투자 규모를 밝힐 것이라고 전해옴에 따라 애초 한국 측 실무진이 기대한 액수는 최고 100억 파운드(약 15조3천억 원) 정도였다.

UAE의 역대 최대 투자 협력이 영국에 약속한 100억 파운드였다는 점을 고려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5일 UAE 아부다비 현지 브리핑에서 "우리 실무자들 간에 50억∼100억 달러 이렇게 얘기가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후일담으로 전한 바 있다.

전례 없는 대규모 투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은 무함마드 대통령의 친동생인 압둘라 알 나흐얀 외교부 장관이 윤 대통령을 공항에서 영접하면서 "행운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고 말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압둘라 장관이 꺼낸 '행운'은 이슬람 국가인 UAE에서 최상의 극진한 예우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드물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당일 국내외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인샬라"('신의 뜻대로'라는 의미의 아랍어 인사말)라고 답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결국 무함마드 대통령은 지난 15일 정상회담 현장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이 양국 관계에 역사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3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양국 정상의 공동 성명에는 'UAE 정부는 한국 경제의 견고함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신뢰에 기반해 한국의 전략적 분야에 대한 UAE 국부펀드의 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공약을 발표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어 칼둔 행정청장은 지난 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오찬에 국부펀드 대표로 참석해 한국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재확인했다.

특히 윤 대통령에게 한국 기업이 건설한 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을 거론하며 "한국과 원전 외에도 더 많은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300억 달러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수준"이라며 "양국 정상 간의 신뢰와 UAE의 한국에 대한 신뢰 덕분에 거둘 수 있었던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