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누구를 줘야 하나

오토 확대경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운행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하지 않아서다. 그래서 초기엔 보조금을 ‘자동차’가 아니라 ‘배터리’에 지급했다. 전기차를 폐차할 때 배터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하도록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중고 전기차를 수출할 때 생긴다. 등록 말소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배터리를 반납할 수 없다. 중고 전기차에서 배터리만 뺀 채 수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보조금이 배터리가 아니라 자동차에 지급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국내 전기차산업을 촉진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산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와 전기차 기술 수준이 높아진다고 본 것이다.그런데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에서 논란이 일었다. 초기엔 전기차라면 차별 없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절대평가 방식이었다. 배터리를 장착하고, 외부 전원으로 충전하며 전기로 바퀴가 굴러가면 됐다. 그러나 소비자 관심이 가격과 주행거리로 옮겨가며 보조금 차별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가격, 주행거리 등 조건이 추가됐고, 이를 충족하느냐에 따라 지원 금액이 달라지는 상대평가로 바뀌었다. 1회 충전 때 주행거리 역시 추운 날과 더운 날로 측정 조건이 세분화됐고, ㎾h당 주행할 수 있는 효율도 기준이 됐다. 가격 구간도 설정해 비싼 전기차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올해도 이런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 없던 전기차 서비스센터 숫자, 전기차의 외부 활용성,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까지 보조금 지급 조건에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활용성과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다. 활용성은 흔히 ‘V2L’로 부르는 기능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내장된 전력을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현재는 국산 차에만 적용돼 수입 전기차에 불리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게다가 활용성은 ‘대기질 개선 및 산업 촉진’이라는 보조금 지급 명분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국산 차 밀어주기’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자 환경부도 활용성 조건에는 보조금을 15만원만 책정했다.

또 다른 갈등 항목은 전기 버스의 에너지 밀도다. 전기를 많이 담으면 500만원, 그렇지 않으면 250만원을 주겠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중국이 발끈했다. 이 조건을 적용하면 중국산 전기버스 보조금이 절반으로 줄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이에 환경부는 에너지 밀도의 최소 조건은 보조금 지급 여부만 판단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보조금 액수에 차등을 둔 것은 배터리 기술을 혁신하고 자원순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라고도 했다. 중국은 한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데 우리는 왜 줘야 하느냐는 국내 여론도 고려된 선택이다.

사실 보조금 차별 정책은 중국 정부가 먼저 시작했다. 한국산 배터리에 중국산이 밀릴 것을 우려해 중국 내에선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 주지 않는 게 아니란 줄이겠다는 입장인데도 양국의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제로(0)’로 내리지 못하는 것은 중국이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배터리 원자재와 소재 등이 중국에서 온다는 게 약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중국이 원자재 및 소재 공급을 줄여버리면 국산 전기버스를 제조하지 못할 수 있다. 환경부가 보조금 조건 확정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발표를 미룬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분석된다.

권용주 퓨처모빌리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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