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동 몇개월씩 단기계약…퇴직금 나몰라라"

직장인 90% "하청 노동자 처우 부당"
직장갑질119 "노조법 개정해 원청 사용자성 강화해야"
"근무 장소와 담당업무가 동일했지만 계약이 2∼6개월 단위로 돼 있어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합니다. 이걸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요?"
직장인 89.6%는 한국 사회에서 하청 노동자가 받는 처우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87.6%는 원청회사의 갑질이 '심각하다'고 봤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7∼14일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다. 직장갑질119는 24일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원청회사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아 발생하는 갑질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퇴직금 미지급과 임금체불,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등이다.

A씨는 원청회사 지시로 하청업체와 번갈아 단기계약을 맺었다. 그는 "의지와 상관 없이 원청에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 결국 법을 악용해 퇴직금을 받을 수 없게 만들었다"며 "소속된 지 2개월밖에 안 된 사람에게 퇴직금을 줘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서로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원청업체가 도급금액을 주지 않거나 납품단가를 후려쳐 임금을 체불하는 일도 있었다.

B씨는 "사업주가 돈을 못 준다며 벌어서 천천히 주겠다고 한다"며 "저희 회사는 4군데 회사에서 제품을 받아 완성해 납품한다. 이럴 경우 원청인 회사 4곳을 상대로 고소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하청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을 당해도 원청회사가 근로기준법·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에 해당하지 않아 법의 보호를 받기도 어렵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C씨는 "권익위 신고 후 가해자가 원청에 복귀해 훈계 조치로 끝났다.

대표자에 의해 괴롭힘은 더 심해지고 있다"며 "이번엔 대표자를 신고해야 하니 너무 겁난다"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원청회사의 갑질을 막으려면 노조법 2·3조를 개정해 원청회사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노동관계는 형식 아닌 실질로 판단하고 고용형태 다변화 등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