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규제' 외국인투자자 등록제, 30년 만에 폐지된다

사진=뉴스1
30년 넘게 유지되면서 '한국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으로 꼽혀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가 폐지된다. 외국인 투자등록제란 국내 상장 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금융당국에 인적 사항 등을 사전 등록해야 하는 제도다.

영문공시는 내년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장법인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24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 제도는 1992년 외국인 상장 주식 투자를 허용하면서 종목별 한도 관리를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기간산업에 속하는 33개 종목을 제외한 일반 상장사에 대한 한도 제한이 폐지된 1998년 이후에도 특별한 변화 없이 유지돼 왔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 없는 제도로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낡은 규제'란 지적을 받아왔다.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기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작년 한국 시장 접근성을 가로막는다며 지적한 9개 항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이에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통해 연내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앞으로는 사전 등록 절차 없이 외국인의 국내 상장증권 투자가 가능해진다.

개인은 여권번호로, 법인은 LEI 번호(법인에 부여되는 표준화된 ID)를 이용해 계좌 개설 및 관리를 하게 된다.

금융위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해도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한국거래소가 제공하는 거래 내역을 활용하면 종목별·국적별·기관유형별 주요 통계는 지금처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외환 관련 모니터링은 필요 시 주요 투자자의 투자 동향을 사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33개 종목에 대한 외국인 취득 한도 관리도 거래소 제공 내역으로 취득 한도를 초과하는 주문은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외국인 통합계좌(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단일 계좌에서 통합 처리할 목적으로 글로벌 운용사 명의로 개설된 계좌)를 활성화하기 위해 결제 즉시 투자 내역 보고 의무도 폐지한다. 투자 내역 보고 의무를 폐지하는 대신 통합계좌를 개설해준 증권사가 세부 투자 내역을 관리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필요에 따라 최종투자자 투자 내역을 요구하고, 이에 증권사들이 불응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 제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외국인의 장외거래 사후 신고 범위도 대폭 확대된다. 그간 사후 신고로 장외거래가 가능한 경우는 조건부 매매, 직접 투자, 스톡옵션, 상속·증여 등으로 한정됐으나, 사전 심사 필요성이 낮고 장외 거래 수요가 높은 유형들을 사후신고 대상에 적극 포함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의 상장법인은 시장에 필요한 중요 정보에 대한 영문공시가 의무화된다. 2026년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로 영문공시 의무화가 확대된다.현재 영문공시는 시스템에 의한 영문 자동 변화, 기업의 자율적인 영문 공시 제출에만 의존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 정보 접근성이 제한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