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시장 새 트렌드 '공유주거' 뜬다

전세 위축에 시장확대 가속

내달 '맹그로브' 신촌점 오픈
165가구…대학가 학생 공략
대형주방·독서실 등 공동 사용
전세사기 위험없어 수요 '쑥'

대형 코리빙업체들 광폭 행보
내년 1.4만 가구…4년새 2배로
전세 중심이던 국내 주택 임대차 시장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월세 중심으로 급재편되고 있다. 대출금리 인상과 ‘빌라왕 전세사기’ 등으로 전세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서다. 전세금을 떼일까 전전긍긍하거나, 고금리에 높은 이자를 부담하며 전세대출을 받느니 월세로 갈아타는 임차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수요 변화에 힘입어 ‘기업형 공유주거’(코리빙)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유주거 업체들은 국내 시장이 월세 중심인 글로벌 주거 시장 트렌드를 따를 것으로 보고 올해 지점을 늘리는 등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임대차 주거 시장에 ‘활력’

4일 업계에 따르면 공유주거 브랜드 ‘맹그로브’ 운영사인 MGRV는 다음달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맹그로브 4호점 신촌점’을 낼 예정이다. 3월 신촌 대학가 신학기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출점을 앞당겼다.MGRV는 서울시와 협업해 신촌에 지상 16층, 165가구 규모의 새 지점을 선보인다. 맹그로브 신촌점은 서울시에 15가구를 기부하고 대신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받아 지었다. 조강태 MGRV 대표는 “최근 전세시장 위축과 보증금 리스크 때문에 공유주거 시설 거주를 문의하는 대학 신입생 학부모와 직장인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공유주거는 침대와 책상, 화장실, 샤워실 등 매일 쓰는 기본 시설만 갖춘 원룸 형태다. 주방, 세탁 공간 등은 없앴다. 대신 입주민이 함께 쓰는 ‘그랜드 키친’이나 업무와 학습을 할 수 있는 독서실, 도서관(사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네마룸, 헬스장 등 공용공간을 갖추고 업체 직원이 상주하며 관리한다. 일반적인 월세보다 세심한 주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공간 구독’이나 ‘주거 구독’으로도 불린다.

맹그로브는 동대문·신설·숭인점 등 3개 지점을 운영하며 1인실뿐 아니라 2인실 등 다인실도 운영하고 있다. 동대문점은 보통 1인실 기준 보증금 300만원에 월 89만원, 2인실은 개인당 월 51만원을 낸다. 조 대표는 “기업이 뛰어들면서 역동성이 떨어진 임대차 주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지점이 많아지면 다른 지점에 가서 한 달 살아보기 등 임차인끼리 주거교환 실험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올해 지방 대도시뿐 아니라 휴양지에도 출점을 준비 중이다.

본격적 영토 확장 나선 코리빙

공유주거 시장은 해외에서는 콜렉티브(영국), 커먼(미국) 같은 대형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디벨로퍼)와 함께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업체인 프롭테크가 공유주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 임대인(건물주)이 개인 자산가이거나 사업자여서 시장 확대가 제한적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6400가구 수준이던 기업형 코리빙 시장 규모는 내년 1만4460가구로 증가할 전망이다. 1인 가구 비중(통계청 기준)은 2021년 전체의 33.4%에서 2035년 35.6.%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디벨로퍼 업체 SK디앤디와 공유오피스 1위 기업 패스트파이브, 코오롱글로벌 등이 주거와 서비스를 결합한 월세 상품을 서울 강남권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선보이고 있다. 월세가 100만원이 넘는 강남권 오피스텔 시장에서 월세 50만~100만원대 상품이 나오는 등 대중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프롭테크 업체도 기업형 코리빙 사업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공유주거 브랜드 홈즈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홈즈컴퍼니는 서울에서 6개 단지, 360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태현 홈즈컴퍼니 대표는 “상반기 서울 충무로에 들어서는 450실 규모의 생활숙박시설의 운영을 맡기로 했다”며 “일본 도쿄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