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추락 소식에도 '무덤덤'…SKT, 쫄지 않는 이유는 [이상은의 IT 산책]

(사진=연합뉴스)
올초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이 40% 아래로 떨어졌다는 기사가 다수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 자료를 이용한 기사들은 SK텔레콤 점유율이 작년 11월말 기준 39.9%로 낮아졌고, 알뜰폰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기사만 보면 SK텔레콤을 비롯한 기존 이동통신 3사의 경각심이 높아져야 할 것 같지만, 반응은 무덤덤하다. 장기적으로 점유율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데이터를 자세히 보면 휴대폰 가입자가 급격히 떨어져나가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서다. 24일 과기정통부 통계에 따르면 11월말을 기준으로 SK텔레콤 이용자 수는 3069만명(39.94%), KT는 1757만명(22.86%), LG유플러스 이용자는 1596만명(20.76%)이다. 3사의 망을 빌려쓰는 알뜰폰(MVNO) 이용자는 1264만명(16.44%)으로, 2018년말 799만명(당시 점유율 12.04%)보다 약 400만명 늘었다.

그런데 400만명이나 가입자가 늘었는데 점유율은 4.4%포인트만 올라간 것이 맞는 걸까. 그렇다. 총 가입자 수가 이 기간 6636만명에서 7686만명으로 1050만명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명'이 아니라 '대'라고 해야 한다. 가입기기(회선) 수가 증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수가 5144만명(작년 말 기준)인 것과 비교하면 가입기기 수가 2500만대 더 많다.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통계자료를 하나씩 쪼개어 보면, 휴대폰 가입자 수는 지난 4년간(2018년 12월~2022년 11월) 5500만명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 점유율도 이 기간 1%포인트 안팎 변하기는 했지만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휴대폰 기준(통신사 내부용 제외) SK텔레콤의 점유율은 41.99%, KT는 24.85%, LG유플러스는 20.19%, 알뜰폰은 12.96%다.태블릿PC와 웨어러블기기(워치 등)와 같은 '가입자 기반 단말장치'의 총 회선 수는 이 기간 366만대에서 412만대로 조금 늘기는 했지만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드라마틱한 가입기기 수 증가의 원인은 사물인터넷(IoT)이다. 2018년 말에는 603만대였던 것이 1611만대로 1008만대 늘었다. 11월말 기준 차량용 관제(649만대), 원격 관제(835만대), 무선결제(113만대) 등이다. 각각 4년 전보다 470만대, 527만대, 33만대 늘었다. 차량용 관제는 위치기반 서비스 등에 쓰이고, 원격 관제는 시설물 감시와 원격 검침 등에, 무선결제는 카드결제 등에 각각 사용되는 IoT다. 집에서는 흔히 와이파이로 연결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모두 통신사의 IoT가 기본으로 깔린다.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특히 알뜰폰은 차량관제(11월말 444만대) 시장의 대부분(68.4%)을 차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SK텔레콤의 점유율이 40%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은 휴대폰 알뜰폰 고객 증가로 영향을 받았다기보다는, IoT 증가로 전체 가입기기가 늘어났고, 특히 차량 통신을 위한 알뜰폰 이용자가 추가되어 점유율이 희석된 데 따른 영향이 더 크다. 이동통신 3사 이용 고객이 알뜰폰을 추가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SK텔레콤에서도 점유율 하락에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 분위기다. IoT 회선 수 증가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휴대폰 가입 고객을 기준으로 보아도 알뜰폰 비중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가입자들이 빠져나간다고 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