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참모 고초에 안타까움 토로한 文, 책방 소통으로 목소리 낼까

3월 사저 인근에 책방 내기로…시민과 접촉하며 정치 메시지 나올 수도
文측은 확대해석 경계…"소장 도서 기증·좋은 책 소개하는 공간될 것"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 현실 정치와 연관을 가지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을 2년여 앞둔 지난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퇴임 후에는 정치권과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런 의지와 달리 여의도 정가에서는 예전 같지는 않겠지만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중 논란이 되는 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문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발신됐기 때문이다. 지난 3일에는 경남 양산의 사저를 찾은 민주당 지도부에게 "서로 소통하지 않는 정치가 얼마나 위험하고 국민을 힘들게 하는지 지난 1년간 실감했다"고 했다.

취임한 지 8개월이 지나도록 야권 지도부와 회담을 하지 않은 윤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지난해 12월에는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정부 결정을 문제 삼은 검찰의 수사에 대해 "안보 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 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잊혀진 사람이 되겠다던 발언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문 전 대통령을 대대적으로 비판했다.

이러한 비난에도 문 전 대통령이 계속 메시지를 내놓는 배경에는 자신이 이끈 정부의 성과가 무분별하게 부정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게 그의 주변의 해석이다.

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22일 통화에서 "북한 무인기 사태도 그렇고 현 정부가 모든 잘못을 전임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지 않나"라며 "그런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는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특히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구속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전직 참모들의 고초에 안타까움과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통령이 오는 3월께 사저 인근에 책방을 연다는 소식이 알려져 주목된다.

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할 때부터 평산마을 주민들을 위한 사랑방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소장 도서도 기증하고, 좋은 책도 소개하는 공간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이런 구상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문 전 대통령이 자칫 정쟁의 한가운데로 들어와 현 정권과 각을 세우는 것이 적잖이 부담스러운 탓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사저 밖으로 나와 책방 등 공간에서 일반 시민과 접촉을 늘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9일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문재인 정부 장관과 청와대 참모 등이 무더기로 기소된 것과 같은 사례가 이어지면 다시금 현 정권을 향해 비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