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먹고 7개국서 영유아 300여명 사망…무슨 일이

유해 성분이 든 기침용 시럽약을 먹은 어린이들이 급성 신장 질환을 일으켜 사망한 사례가 인도네시아와 감비아, 우즈베키스탄 등 7개국에서 잇따르자 세계보건기구(WHO)는 23일(현지시간) 해당 기침약의 긴급 조처 필요성을 알리는 성명을 냈다. 관련 사망자가 수백명에 달한 상황에서 해당 기침약의 유통을 금지하고 감시 강화를 권고했다.

25일 WHO에 따르면 감비아,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7개국에서 5세 이하 어린이 300여 명이 유해 성분이 들어간 기침용 시럽약을 먹고 숨졌다. 해당 기침약이 급성 신장질환을 유발해서다.WHO는 지난해 10월 에틸렌글리콜, 다이에틸렌글리콜 등이 허용치 이상으로 검출된 기침용 시럽약이 판매된 국가 감비아에서 소아 신장질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에틸렌글리콜과 다이에틸렌글리콜은 공업용 용제나 부동액으로 쓰이는 화학 물질이다. 다만 일부 제약사에서 단맛이 나는 특성 등을 악용해 어린이용 기침 시럽에 부적절하게 첨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WHO는 인도의 메이든 제약사가 제조한 유해 물질 함유 시럽 제품 4종의 유통 금지를 권고했다.

같은 달 인도네시아에서도 유사한 사망 사례가 발생했다. WHO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산 시럽 제품인 테르모렉스·플루린 DMP·유니베비 기침 시럽 등 8개 약품에서도 에틸렌글리콜, 다이에틸렌글리콜을 과다함유하고 있음이 확인됐다.이후에도 아이들이 기침 시럽을 먹고 급성 신장 질환에 걸려 숨지는 사례가 이어졌다. 사망자 수는 최근 300명을 넘어섰고, 사망 아동은 주로 5세 이하로 전해졌다.

이날 WHO는 소아 급성 신장 질환 발생국에 각각 의료 경보를 발령했다. 또한 발병이 다른 나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문제가 된 기침 시럽 제품의 유통을 차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약품이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시장을 포함해 기침 시럽 제품류에 대한 의약품 테스트를 즉시 시행하는 등 시장 감시를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