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해 한계 극복...“수소에너지 수출국 가능성 열었다”
입력
수정
에이치쓰리코리아, 수전해 소재충남의 수소에너지 기업이 세계 최초로 탄소나노튜브(CNT)를 활용한 무촉매 수소발생 장치를 개발했다. 국내 기업이 신소재를 활용한 무촉매 수전해 기술개발에 성공하면서 세계 수전해 산업 생태계를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초 탄소나노튜브 적용해
촉매 없이 수소생산 효율 극대화
그린수소는 경제성 확보가 관건
석유·가스 아닌 물로 수소 생산
2040년 수소가격 3000원 달성
충남 예산의 수전해 전문기업인 에이치쓰리코리아(대표 김진관)는 CNT를 적용한 수전해 스택(Stack)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고 25일 밝혔다. 수전해 기술은 촉매제를 입힌 얇은 판 형태의 셀(티타늄 재질)을 겹겹이 쌓은 스택에 전해질을 넣은 물(전해수)을 넣고 전기를 공급해 산소와 수소를 분리하는 방식이다.수전해 장치의 핵심은 물을 분해하는 스택이다.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전기가 잘 통하는 촉매제를 셀에 흡착시켜야 한다. 대부분 촉매제가 전류 흐름이 좋은 백금, 이리듐, 루테늄 등을 사용하는데 가격이 비싸다. 국내·외 수전해 기업이 촉매제 가격을 낮추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다. 양대산 연구개발팀 차장은 “수전해 기술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고가의 촉매제였는데 촉매 자체를 없애 수전해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핵심 부품인 셀을 CNT로 대체했다. 촉매 없이 전류 흐름이 원활하고, 스택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현재 수전해 기술은 전해수, 셀, 촉매에 전기를 넣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알카라인 방식, 스택에 초순수 넣고 분리막(맴브레인)으로 산소와 수소를 분리하는 양성자 이온교환(PEM) 방식, 두 공법의 장점을 결합한 음이온교환(AEM) 방식이 있다.
세 가지 방식은 수소 1㎏을 생산하기 위해 평균 43~60kWh의 전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CNT 소재를 활용하면 수소 1㎏ 생산에 필요한 전력은 29kWh(하루 20시간 연속 가동)로 전력 소모량이 절반에 불과하다. 500킬로와트(KW)급 수소발생기 한 대로 연간 124.1t의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의 수소전기차 넥쏘(5㎏ 충전) 2만482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CNT는 티타늄 재질의 셀에 촉매제를 입힌 스택보다 전기 전도성이 30% 이상 높다. CNT는 전류 흐림이 좋고, 열손실은 적어 수소발생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티타늄 소재의 셀을 만들기 위해서는 절단, 가공, 촉매제 흡착 공정이 필요하다. CNT는 가공이나 촉매제 흡착 공정이 필요 없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김현 연구개발팀장은 “티타늄으로 셀 100장을 만들기 위해 3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CNT는 한 달이면 충분하다”며 “티타늄 소재에 비해서도 가격이 절반에 불과해 세계 수전해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9년 수소 가격을 2040년까지 1㎏당 3000원으로 낮추는 내용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회사의 CNT 수소발생 장치는 수소 가격을 1㎏당 3000원 이하로 낮출 수 있어 정부의 목표가격을 17년 앞당겼다.
이 회사는 올해 500킬로와트(KW)급 수소발생 장치 양산에 나선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2세대 수전해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김진관 대표는 “미국은 청정수소 가격을 10년 이내에 1㎏당 1000원으로 낮추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반면 지원도 미미한 데다 각종 규제로 신음하는 국내 기업이 세계를 앞서가는 수전해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