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국 칼럼] 이런 친구를 얻을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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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사람이 살아가면서 훈훈한 감동이 되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따뜻하다. 그런 따뜻한 이야기 중 으뜸은 아마도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자신의 것을 나누어 주는 사랑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들의 이웃 중에는 힘든 삶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언젠가 ‘인간극장’에 방영된 40대 목사이야기를 시청했다. 특수목회를 한다. 미혼모를 돌보고 후원하는 특수목회자이다. 그 목사가정은 부부가 11년 동안 자녀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가 아들, 딸을 모두 입양을 해서 한 가족이 되어 살아온 지가 7년이라 했다. 참으로 훌륭한 사역을 하고 있었다. 감동적이었다.이런 주제가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 자신의 재주, 소유를 가지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거나 나눔을 하려고 하는 사람의 옛글을 읽었다. “ 「내도(來道)」. 이 서재는 내 친구 ‘성중’의 거처이다. ‘내도’라는 이름은 ‘도보’(道甫)가 찾아오게 하는 방이라는 뜻으로 붙였다. -중략- 나를 위해 늘 맛좋은 술을 마련해 두었다가 흥이 날 때마다 나를 생각했고, 나를 생각할 때마다 바로 말을 보내 나를 불렀다. 그때마다 나도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 문에 들어서 서로를 바라보고 손을 맞잡고서 웃었다. 서로 마주한 채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책상 위에 놓인 책 몇 권을 들어 쓱 읽고 낡은 종이를 펼쳐 주나라 북에 쓰인 글과 한 나라 묘갈 두어 개를 어루만지노라면, 성중은 벌써 손수 향을 사르고 있다가, 두건을 젖혀 쓰고 팔뚝을 드러낸 채 앉아서 손수 차를 달여 내게 마시도록 건넸다. 온종일 그렇게 편안하게 지내다가 저물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어떤 때에는 여러 날이 지나도록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집으로 돌아간 내가 다시 그리워져 바로 나를 부른 일도 있다.” 이광사(1705-1777)의 <내도재기(來道齋記)>일부이다. 성중은 김광수(1699-1770)이고 그는 당시 유명한 서화 수장가이고 부자였다. 요즘 말로 컬렉터였다. 그가 가난한 서예가 ‘도보 이광사’가 찾아오게 하는 방을 만들었다. 두 사람의 모습이 참 따뜻하다.
허균(1569-1618)이 친구 이재영에게 보낸 편지 중 하나이다. “나는 큰 고을의 원님이 되었고, 마침 자네가 사는 곳과 가까우니 어머니를 모시고 이곳으로 오게. 내가 의당 절반의 봉급으로 대접하리니 결코 양식이 떨어지는 지경에는 이르지 않을 것이네. 자네와 나는 처지야 다르지만 취향은 같으며, 자네의 재주는 나보다 열 배나 뛰어나지만 세상에서 버림받기는 나보다도 심하니, 이 점이 내가 언제나 기가 막히는 일일세. 나는 비록 운수가 기박해도 몇 차례 고을의 원님이 되어 자급자족할 수 있지만 자네는 입에 풀칠도 면하지 못하는구려.”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것은 따뜻한 사람. 친구 이야기가 좋다. 흔히 늙으면 건강, 친구, 돈, 일이 필요하다고 한다. 주변에 사람은 많고 관계는 많이 하지만, 김광수, 허균 같은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외롭고 쓸쓸한 게 아니라, 사실은 진정한 우정, 친구가 하나 없어서 외로운 게 아닌가? 싶다. 무슨 모임 등 보통은 다양하고 많은 관계 연결고리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어딘가 허전한 마음을 가질 때가 있기도 하다. 그것은 인간관계 넓이의 문제가 아니라 깊이의 문제일 것이다. 지인과 대화를 하는 가운데 요즘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중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무슨 소리이냐고 하니, 대답은 이렇다. 지금까지는 많은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살아가다 보니, 자신이 때로는 피곤하다는 것이다. 소위 인간관계 스트레스, 인간관계 피로이다. 그래서 나이도 들고 하니 넓이보다는 깊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의도적으로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한 둘 친구와 자주 깊이 만나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공감을 했다.나이가 들어가면서 새삼 소중하게 생각되는 것은 함께, 오래 갈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이다. 오랜 기간 알고 지내는 지인 단체 카톡방에 올라오는 글 중 마음이 훈훈하게 하는 글은 ‘남은 삶을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갑시다’이다. 그런 글이 올라오면 답을 한다. ‘인생 길벗이 되어 좋다’고. 김광수, 허균 같은 길벗이 있다면 어떨까.
<한경닷컴 The Lifeist> 고병국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허균(1569-1618)이 친구 이재영에게 보낸 편지 중 하나이다. “나는 큰 고을의 원님이 되었고, 마침 자네가 사는 곳과 가까우니 어머니를 모시고 이곳으로 오게. 내가 의당 절반의 봉급으로 대접하리니 결코 양식이 떨어지는 지경에는 이르지 않을 것이네. 자네와 나는 처지야 다르지만 취향은 같으며, 자네의 재주는 나보다 열 배나 뛰어나지만 세상에서 버림받기는 나보다도 심하니, 이 점이 내가 언제나 기가 막히는 일일세. 나는 비록 운수가 기박해도 몇 차례 고을의 원님이 되어 자급자족할 수 있지만 자네는 입에 풀칠도 면하지 못하는구려.”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것은 따뜻한 사람. 친구 이야기가 좋다. 흔히 늙으면 건강, 친구, 돈, 일이 필요하다고 한다. 주변에 사람은 많고 관계는 많이 하지만, 김광수, 허균 같은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외롭고 쓸쓸한 게 아니라, 사실은 진정한 우정, 친구가 하나 없어서 외로운 게 아닌가? 싶다. 무슨 모임 등 보통은 다양하고 많은 관계 연결고리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어딘가 허전한 마음을 가질 때가 있기도 하다. 그것은 인간관계 넓이의 문제가 아니라 깊이의 문제일 것이다. 지인과 대화를 하는 가운데 요즘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중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무슨 소리이냐고 하니, 대답은 이렇다. 지금까지는 많은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살아가다 보니, 자신이 때로는 피곤하다는 것이다. 소위 인간관계 스트레스, 인간관계 피로이다. 그래서 나이도 들고 하니 넓이보다는 깊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의도적으로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한 둘 친구와 자주 깊이 만나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공감을 했다.나이가 들어가면서 새삼 소중하게 생각되는 것은 함께, 오래 갈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이다. 오랜 기간 알고 지내는 지인 단체 카톡방에 올라오는 글 중 마음이 훈훈하게 하는 글은 ‘남은 삶을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갑시다’이다. 그런 글이 올라오면 답을 한다. ‘인생 길벗이 되어 좋다’고. 김광수, 허균 같은 길벗이 있다면 어떨까.
<한경닷컴 The Lifeist> 고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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